이혜민 ( Lee Hye-min )한국서양사학회, 서양사론[2017] 제132권 39~71페이지(총33페이지)
역사 기록은 저술 자체뿐만 아니라 편집을 통해서도 구성되거나 변형되곤 한다. 근대 초 인쇄본 출판에서 편집은 완전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작업이 아니었다. 이 연구는 중세의 역사 텍스트가 근대 초의 편집과 주석 달기 과정에서 어떻게 (재)해석되는지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리비에 드 라마르쉬의 『회고록』은 장 제목, 주석, 서문 등의 부가텍스트 붙이기 작업을 통해서 근대적인 편집자가 중세의 텍스트를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 맞추어 정치적으로 재해석하여 수용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장 로텐스가 개정한 제2판에는 종교개혁의 와중에서 프랑스와 합스부르크 세력을 모두 배격하면서 새롭게 정치적인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던 저지대 지방 사람들의 역사관이 드러나고 있다. 프랑스인 편집자 드니 소바주의 초판의 경우 정치적인 색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본 연구의 목적은 『새로운 과학』에 대한 검사성성의 검열이 이후의 텍스트 수정에 미친 영향을 규명하는 것이다. 비코의 저작에 대한 교회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검사성성(Sant`Uffizio)은 1725년 판 『새로운 과학』에 검열을 실시하여 출판 대기 중이던 베네치아 판의 출판을 금지시켰고 이후, 나폴리 교구 소속의 검열관 토르노(Giulio Torno)는 1730년 판이 교회의 출판 허가를 받기 직전 비코로 하여금 성서의 진술과 어긋나는 구절들을 교정토록 지시했다. 검사성성의 검열과 관련된 내용은 이미 이탈리아어로 많은 연구들이 출판되어 있지만 그 이후에 이루어진 텍스트 수정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새로운 과학』의 텍스트는 그 진화 과정에서 단순한 개작이나 수정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사실...
많은 역사가들은 16세기 이후 은을 비롯한 여러 상품의 세계 전역에 걸친 교역활동의 전개를 통해 `세계경제`가 등장했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해 왔다. 이 16세기 은 교역의 전개와 세계경제 등장에 대한 논의에서 학술적으로 큰 공헌을 한 이로 데니스 플린과 아르투로 히랄데즈(Dennis O. Flynn & Arturo Giraldez)가 있다. 이들은 세계 은 교역을 국제경제에 적용하는 거시경제적 시각이 아니라 실물적 측면에서의 미시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하여 세계 은 교역의 메커니즘을 수요·공급의 법칙에 입각해 설명하는 데 기여를 했고, 아울러 세계시장의 형성을 `수많은 지역시장의 통합`으로 설명함으로써 세계경제의 등장에 대한 이해에도 크게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플린과 히랄데즈는 2000년대를 전후해서부터 16세기 세계경제의 등...
많은 역사가들은 16세기 이후 은을 비롯한 여러 상품의 세계 전역에 걸친 교역활동의 전개를 통해 `세계경제`가 등장했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해 왔다. 이 16세기 은 교역의 전개와 세계경제 등장에 대한 논의에서 학술적으로 큰 공헌을 한 이로 데니스 플린과 아르투로 히랄데즈(Dennis O. Flynn & Arturo Giraldez)가 있다. 이들은 세계 은 교역을 국제경제에 적용하는 거시경제적 시각이 아니라 실물적 측면에서의 미시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하여 세계 은 교역의 메커니즘을 수요·공급의 법칙에 입각해 설명하는 데 기여를 했고, 아울러 세계시장의 형성을 `수많은 지역시장의 통합`으로 설명함으로써 세계경제의 등장에 대한 이해에도 크게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플린과 히랄데즈는 2000년대를 전후해서부터 16세기 세계경제의 등...
박혜정 ( Park Hye-jeong )한국서양사학회, 서양사론[2016] 제131권 110~133페이지(총24페이지)
세계사 교육은 `세계시민 양성`이라는 일견 보편적인 교육 목표 하에서 진행되지만, 전 세계 국가들이 저마다 지구화 시대에 경쟁력 있는 미래 세대 양성을 위한 최적화된 교육전략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각축장이다. 가장 지구사 지향적이고 유럽중심주의에 비판적인 미국의 세계사 교육 역시 지구사 연구의 교육적 낙수효과 라기보다 미국의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적 차원의 세계전략의 일부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서도 독일 고유의 지정학적, 세계정치적 이해 관계와 세계사 교육 간의 강한 연관관계는 뚜렷하다. 독일의 세계사 교육은 유럽사를 주축으로 삼고 1990년대 이래 급증하는 지구화 현상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유럽의 지역통합에 대한 유럽연합 주 축국으로서의 독일의 특별한 관심의 자연스런 방증일 뿐만 아니라 ...
윤진 ( Yoon Jin )한국서양사학회, 서양사론[2016] 제131권 171~201페이지(총31페이지)
이 논문은 현행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4종의 서양고대사 부분의 구성과 서술에 대해 분석, 검토하여 본 것이다. 구성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색채의 시각 자료들이 모든 페이지에 나타나며, 편집은 대단히 세련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심이 되는 내용은 대단히 소략하다. 그리고 사실 관계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교과서를 읽고 난 학습자의 머리에는 그저 인명과 지명, 제도명과 연도 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이 보인다. 현재의 교과서는 구성으로 보아 역사부도, 문제집, 참고서의 역할까지도 자의적으로 떠맡고 있다. 이는 세계사 교과목의 채택이 일선 학교에서 줄어들어 가는 현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보지만, 본문 서술을 줄여가면서까지 그렇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서술 면에 대해서는 이전의 선...
시에나 귀머거리학회의 문인 안토니오 비냘리가 1520년대 중엽에 쓴 대화편 『카차리아』는 르네상스 포르노그래피의 역사에서 매우 독특하고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지적·아카데미적 포르노그래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 근대 최초의 정치적 포르노그래피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일견 스콜라 철학적인―하지만 그것을 조소하는 듯한, 그래서 휴머니스트적인― `명제들`을 진지하게 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주제는 음경, 음문, 항문, 음낭이라는 남녀의 성기(性器)들 사이에 일어난 권력 투쟁이라는 점에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포르노그래피의 아나키적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또한 남성 동성애적, 여성 혐오적인 동시에 지극히 엘리트적, 반 사제주의적인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가치와 태도를 포...
시에나 귀머거리학회의 문인 안토니오 비냘리가 1520년대 중엽에 쓴 대화편 『카차리아』는 르네상스 포르노그래피의 역사에서 매우 독특하고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지적·아카데미적 포르노그래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 근대 최초의 정치적 포르노그래피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일견 스콜라 철학적인―하지만 그것을 조소하는 듯한, 그래서 휴머니스트적인― `명제들`을 진지하게 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주제는 음경, 음문, 항문, 음낭이라는 남녀의 성기(性器)들 사이에 일어난 권력 투쟁이라는 점에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포르노그래피의 아나키적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또한 남성 동성애적, 여성 혐오적인 동시에 지극히 엘리트적, 반 사제주의적인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가치와 태도를 포...
시에나 귀머거리학회의 문인 안토니오 비냘리가 1520년대 중엽에 쓴 대화편 『카차리아』는 르네상스 포르노그래피의 역사에서 매우 독특하고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지적·아카데미적 포르노그래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 근대 최초의 정치적 포르노그래피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일견 스콜라 철학적인―하지만 그것을 조소하는 듯한, 그래서 휴머니스트적인― `명제들`을 진지하게 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주제는 음경, 음문, 항문, 음낭이라는 남녀의 성기(性器)들 사이에 일어난 권력 투쟁이라는 점에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포르노그래피의 아나키적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또한 남성 동성애적, 여성 혐오적인 동시에 지극히 엘리트적, 반 사제주의적인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가치와 태도를 포...
시에나 귀머거리학회의 문인 안토니오 비냘리가 1520년대 중엽에 쓴 대화편 『카차리아』는 르네상스 포르노그래피의 역사에서 매우 독특하고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지적·아카데미적 포르노그래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 근대 최초의 정치적 포르노그래피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일견 스콜라 철학적인―하지만 그것을 조소하는 듯한, 그래서 휴머니스트적인― `명제들`을 진지하게 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주제는 음경, 음문, 항문, 음낭이라는 남녀의 성기(性器)들 사이에 일어난 권력 투쟁이라는 점에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포르노그래피의 아나키적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또한 남성 동성애적, 여성 혐오적인 동시에 지극히 엘리트적, 반 사제주의적인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가치와 태도를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