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 실기 록 문화의 꽃 의궤
분야
hwp의궤는 조선 초부터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현재 남아 있는 의궤는 모두 17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 이전의 것은 전란의 와중에 소실되었다. 17세기 이후 의궤는 꾸준히 제작되었고, 18세기에 들어오면 그 종류와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의궤는 조선시대에 거행했던 국가 행사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종류가 만들어져 왔다. 그 종류로는 국왕의 일생과 관련된 의궤, 국가행사와 관련된 의궤, 편찬 사업과 관련된 의궤, 건축과 관련된 의궤, 기타 의궤 등이 있다.
의궤의 제작은 왕실의 각종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 설치한 도감에서 행사를 지휘하는 관리자와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을 고르게 배치하여,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날짜순으로 정리한 자료를 먼저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제작하였다. 여기에는 행사의 과정을 날짜에 따라 기록한 전교와 계사, 이문 등 각종 공문서를 비롯하여 업무의 분장, 담당자의 명단, 동원된 인원, 소요된 물품, 경비의 지출, 유공자 포상 등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 행사의 전 과정을 보여 주는 반차도 왕실 행사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오늘날 결혼식 기념사진 또는 비디오테이프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반차’는 ‘나누어진 소임에 따라 차례로 도열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반차도를 통하여 우리는 행사 참여 인원, 의장기의 모습, 가마의 배치 등 당시의 생생한 현장들을 접할 수 있다.
나 건물 및 기계의 설계도, 사용 물품의 도설 등을 첨부하여 당시 행사의 구체적인 절차 또는 건축물의 모습을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의궤는 어람용(국왕이 친히 열람하는 의궤)과 분상용(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한 의궤)으로 구분되어 규장각이나, 의정부, 춘추관, 예조 등 국가 전례를 관장하던 기관과 서울과 지방의 사고(史庫)에 분산 보관되었다.
의궤의 보관처를 알고 싶으면 의궤의 겉표지를 보면 된다. 의궤의 겉표지에는 통상 책의 제목이나 제작 연대와 함께 보관처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겨진 의궤들을 통하여 우리는 왕실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조선시대에 태를 보관한 기록들을 모아 의궤를 편찬하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중대사였다. 때문에 왕실의 태를 봉안한 기록인 『장태의궤』(胎儀軌)나 『태실의궤』(胎室儀軌)가 다수 남아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왕실 결혼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의궤로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가 있다. 여기에 나타난 가례는 곧 왕실의 혼인 의식, 그중에서도 특히 왕이나 왕세자의 혼인을 뜻하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국왕의 장례에 관한 기록인 『국장도감의궤』(國葬都監儀軌)가 있다. 여기에는 재궁, 각종 수레, 책보(冊寶), 각종 의장, 제기(祭器)의 제작에 관한 내용이 정리되었다.
이 외에도 『조선왕조실록』의 편찬과 보관에 관한 기록인『실록청의궤』, 왕조의 통치 질서를 표현하는 제사 기록인『종묘의궤』 『사직서의궤』, 왕실에서 사용한 도장에 관한 기록인『보인소의궤』, 국왕과 신하가 함께하는 활쏘기 시합의 기록인 『대사례의궤』, 정조의 화성 행차, 그 8일간의 장대한 역사 『원행을묘정리의궤』, 조선왕조 문화 절정기의 대역사 『화성성역의궤』, 궁중잔치에 대한 『궁중잔치의궤』, 조선시대의 악기 만드는 법에 대한 『악기조성청의궤』, 국왕의 초상화 제작 기록인 『어진의궤』등이 남아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의궤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사 연구나 중궁생활사 연구에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고(寶庫)라 생각된다.
얼마 전 방송매체를 통하여 ‘의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록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곧 ‘의궤’가 우리나라 기록문화유산의 꽃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우리는 자긍심을 갖고 우리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어나가는데 더욱 노력해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