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으로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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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장르문학으로의 도전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몇 해 전 겨울, 박민규의 신작 소설집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으로 향했다. 매번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그의 신작이 궁금했다. 더블. 책의 이름부터 심상치 않았다. 두 권의 책으로 나누어 그것이 다시 종이 상자에 포장이 되어 있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펼친 그 책에는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뜻 모를 한자의 제목을 가진 소설. 龍자 네 자가 겹쳐져 있는 절이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무협소설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밤새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무협소설이 박민규의 소설집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한창 무협소설을 볼 때에는 그 주인공의 고난에 함께 마음 아파했고, 주인공이 시전하던 무술들을 읽으며 손에 땀을 쥐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협소설에 흥미를 잃고 읽지 않았다.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에 싫증이 났던 탓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바뀌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소설 속의 배경은 항상 같았고, 주인공의 무공은 항상 일취월장해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마련이었다. 이것이 어찌보면 무협소설이 가지는 장르적 한계라고 간단히 말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한계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을 박민규의 「절」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순문학을 하던 작가가 본격적인 장르 소설을 집필하게 된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지금부터 그 유쾌한 상상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우선 대중소설, 특히 장르소설인 무협소설과 판타지소설의 한계점을 살펴보고, 순문학 작가들의 장르문학에 대한 도전, 그 가능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장르문학의 한계점
무협소설은 대표적은 통속 대중 소설의 한 장르이다. 무예에 출중한 기인, 고수들이 펼쳐 보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능력, 의리와 사랑 등을 주로 다루며, 사필귀정과 권선징악 등을 주제적 양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비슷한 주제, 플롯의 유사성 등으로 인하여 진부하고 상투적인 이야기의 현상으로 간주되지만 오락적 기능이 강하고 독자들의 억압된 심리를 효과적으로 해소케 해준다는 장점을 가진다.
무협 소설의 기원은 청대 중국 소설에서 비롯된다. 좀 더 정확하게는 협의 소설(俠義小說)에 그 연원을 둔다. 협의 소설은 추악하고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는 데 주력하는 사회 소설에 비하여 의협적인 인물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악을 척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영웅 고사와 강사류(講史類)의 설화를 좋아하는 일반 대중의 심리에 호응하여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대 협의 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아녀영웅전(兒女英雄傳)》(1734), 《삼협오의(三俠五義)》(1879) 등은 내용이 단순하고 명쾌하며 직접적인 행동으로 갖가지 사회악을 처치하기 때문에, 사회가 혼란하고 민심이 각박했던 당시의 사람들의 구미에 맞아 많은 아류들을 양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무협 소설은 바로 이런 맥락을 이어받아 중국 국민당의 망명지인 대만에서 성행한 소설 양식이다. 우리나라의 무협 소설들은 대체로 중국 무협지의 번안 작품들이며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읽혀지기 시작했다. 김광주(金光州)의 《정협지(情俠誌)》와 《군협지(群俠誌)》는 우리 독서계에 무협지의 붐을 불러일으킨 최초의 작품들이며, 이후 와룡생(臥龍生)의 작품들이 번역되면서 널리 유포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영상매체의 발달과 보급으로 말미암아 퇴조의 기미를 보인다.
실증 가능한 과학적 지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인물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무협지의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를 장식한다. 무협 소설은 초능력에 대한 인간의 유원한 열망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무협 소설은 구차하고 지긋지긋한 일상의 권태로움 밖에서 그 내용이 전개된다. 일상의 초월은 문학의 현실 반영적 요소를 무시하는 대신 신비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된다. 무협 소설들이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이러한 특성들은 무협 소설의 흥미의 요체를 이룬다. 허장성세와 과장 수사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적 사유가 노장의 영향을 받아 신비주의적 문학의 형태로 정착된 것이 무협 소설이라는 견해는 이런 점에서 설득력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학 사전, 한용환, 문예출판사
이러한 무협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큰 단점이 앞서 말한 플롯의 유사성이다. 무협소설의 주인공은 영웅이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어린시절 부모나 스승이 악한의 무리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 사건을 계기로 절치부심하여 무예를 갈고 닦아 무림 고수가 된다. 그리고 그 복수의 성공을 끝으로 소설은 마무리 된다. 이 큰 틀에서 조금씩의 변형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변형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이러한 틀은 무협소설이 일종의 영웅소설이라 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무협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도 하다. 영웅이 자신의 무예로 세상을 바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무협소설 속 무림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무협소설은 현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유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전 세대에서 일어났던 경우이다. 최근 독자들은 단순한 형태의 영웅담을 다루고 있는 무협소설에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매체들의 등장으로 독자들은 많은 컨텐츠에 노출이 되어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결말이 눈에 뻔히 보이는 무협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없는 죽은 문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무협소설이 가지고 있는 장르적 한계이자 무협소설이 외면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박민규의 「절」과 무협소설의 가능성
하지만 무협소설이 완전히 사장되어 버린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도 매니아(Mania)층에서는 활발히 읽히고 있고, 작품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연재를 하는 방식으로 많은 무협소설들이 발표되고 있고, 그곳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은 책으로 출간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독자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매니아층에서 박민규의 소설 「절」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작품을 읽어보았다. 그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 짧은 단편을 읽고 이것이 무협소설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많은 토론이 이루어 졌다. 그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이 작품을 무협소설로 인정을 하며, 순문학 작가가 무협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기쁨을 표시하는 부류가 있었다. 반면에 이 작품을 무협소설로 인정하지 않고, 무협소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박민규 작가를 비난하는 부류도 있었다. 그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박민규의 「절」의 등장은 무협소설 매니아들에게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민규의 「절」이 무협소설인가 아닌가라는 논란에 정답은 없다. 이 작품을 읽고 독자가 무협소설이라 판단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무협소설의 형태를 빌려 쓴 순문학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설 「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눈이 흩나리던 어느 날, 작은 쪽문을 열고 나온 노인, 대천권왕 김일해는 그를 기다리고 있던 청룡검제 최일우, 운무천마 선우진 그리고 인간이지만, 한 때 운동권의 영웅이었던 이장록과 함께 빙해천수 조인덕을 향해 간다. 전에는 불사의 몸으로 대의와 명분의 세계에서 축지와 장풍등으로 이름을 떨치던 세명의 신, 혹은 세 마리의 용은 승합차에 타서 소녀시대의 노래를 들으며 각자의 과거를 떠올린다. 과거 대의와 명분 그리고 무림의 고수들이 존재하던 그 시대에서 무공을 겨루던 추억과 이후 시간이 흐르며 세상이 변하던 것을 생각하던 그들은 미꾸라지 양식을 하고 있는 빙해천수 조인덕을 만나 다 함께 ‘무제록’이라는 과거와 미래가 모두 적혀있다는 비서를 읽고는 이 세계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것에서 소설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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