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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 들어가며
고등학교의 겨울방학이 생각난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개의치 않고 도서 대여점으로 달려가 ‘판타지 소설’을 빌리곤 했던 나날들이 말이다. 이영도의 를 시작으로 갖가지 판타지 소설들을 섭렵했었다. 인터넷 연재로 시작된 판타지 소설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판타지를 비롯한 무협지, 로맨스 소설 등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출판가에서는 인터넷 상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판타지 소설을 찍어내기에 바빴고, 그것은 쉽게 읽힌다는 것과 친숙한 소재, 일탈감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그러한 판타지 소설 속에는 엘프와 드워프, 마법사, 오크 등 인간을 제외한 갖가지 종족들이 등장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엘프와 오크가 가지는 의미는 미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만큼 보편화 됐고, 사람들은 그 종족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엘프나 오크는 실제로 존재했던 종족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창조된 종족이다. 그렇지만 지나친 보편화로 인해 판타지 소설에 엘프와 오크 등이 등장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엘프와 오크 등이 등장하는 소설만이 판타지로 인정될 정도이다. 이건 독자적인 세계관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판타지의 오류이고, 그 모든 한국 판타지를 접한 한국인들의 오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해외의 판타지는 어떨까?
해외 판타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조앤 K.롤링의 작품인 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그 외에 J.R.R.톨킨의 , C.S.루이스의 시리즈가 있다. 모두 영화나 책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저마다 뚜렷한 세계관을 갖고 있고, 종족도 개념도 모두 다르다. 바로 그런 점이 우리나라와의 차이다. 과연 판타지 문학이란 무엇이고, 또 우리나라와 해외의 판타지 문학이 정확히 어떤 차이를 갖는지 우선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 해외 판타지와 국내 판타지
판타지(Fantasy)란 구성, 주제, 설정 등 예술의 주요 요소를 마법이나 초자연적인 것들로 구성한 예술을 뜻한다. 환상 문학이라고도 부르지만 근래에는 잘 쓰지 않는다. 판타지와 호러, 공상 과학은 흘깃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쉽게 구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쉽게 구별되는 작품군이 있는가 하면 구별되지 않는 작품군도 있다. 그 예로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가 있다. 다아시 경 시리즈는 논리적인 마법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유럽의 근대를 연상시키는 세계관을 토대로 판타지와 SF 간의 이종교배를 이루어내고 있다. 판타지는 많은 작가, 화가, 음악가들이 차용한 형식이고, 고대의 신화와 전설로부터 현대 도시 전설까지 수많은 작품과 독자를 가지고 있다.
다른 픽션들과 마찬가지로, 판타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리얼리티와 굉장히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옛날 판타지는 이런 차이를 메우기 위해 신적인 개입, 마법, 초자연적인 능력 등을 상정했다. 이러한 경향은 현대 판타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이 판타지라 불리는 전형적인 정통 판타지 장르에서는 현실 세계와 완전히 다른, 마법이 판을 치는 판타지 세계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과학 소설, 호러, 판타지 소설은 종종 함께 묶어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판타지의 종류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요정 이야기(Fairy Tale) : 요정이 나오는 동화류. 그렘린 이야기 등이 이에 해당.
검과 마법(Sword and Sorcery) :검과 마법을 쓰는 주인공이 싸우는 소설. 로 판타지(Low Fantasy)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Sword and Magic이라는 엉뚱한 이름이 대신 사용되고 있다.
하이 판타지: 마법사, 엘프, 괴물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 모험을 겪으며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을 그린다.
서사 판타지(Epic Fantasy) : 서사 판타지는 하이 판타지(High Fantasy)와 거의 동의어로 쓰인다.
영웅 판타지(Heroic Fantasy) : 하워드의 《Conan the Barbarian》 류의 소설.
다크 판타지(Dark Fantasy) : 독자의 공포를 자극하는 장르. 뱀파이어 소설이 이에 해당한다.
도시 판타지(Urban Fantasy) : 현대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