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정철
작품 해제
정철(鄭澈)이 선조 13년(1580), 작자가 45세 되던 해 강원도 관찰사에 임명받아 도성을 출발하면서부터 부임지에 도착하고, 이어 금강산과 해금강 그리고 관동의 여러 절경들을 두루 여행하며 그곳에서의 견문과 여정, 풍경, 고사, 감흥 등을 기록한 가사이다. 이 작품은 34조 4음보의 율격으로 조선 전기가사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한문어투의 고사(故事)와 전고(典故)의 사용을 억제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살려내고 있다. 또 한문어투라 하더라도 대개 우리말화한 것들이 많다. 작자의 관직생활에서 비교적 득의(得意)에 찼던 시절의 호탕한 기백이 잘 드러난 작품인 만큼 전체적으로 명랑 화려하며 도교풍의 호방한 특색이 잘 나타나 있다.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듁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다.
구절 풀이
* 江강湖호 : 조정(朝廷)과 상대가 되는, 시인묵객들이 은거하여 사는 시골. 자연의 대유법. 곧 전라도 담양의 창평을 가리킴 * 病병이 깁퍼 : 자연을 좋아하는 마음이 마치 고질병처럼 굳어짐 천석고황(泉石膏), 연하고질(煙霞痼疾)과 같은 말 * 竹듁林님 : 대나무 숲. 작자가 은거하고 살던 담양은 마침 대나무로 유명한 고장이며 중국의 죽림칠현의 고사와 연관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정철이 은거하고 있던 은거지, 은둔지의 뜻(전남 담양군 창평면) * 누엇더니 : 은거하고 있었더니 * 關관東동 : 대관령 동쪽, 곧 강원도 지방의 통칭 * 方방面면 : ‘방면지임(方面之任)의 준말로서 관찰사의 소임을 말함 * 맛디시니 : 맡기시니. 제수하시니 * 聖셩恩은이야 :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이야는 강세 보조사 * 가디록 : 갈수록 * 罔망極극다 : 한이 없다. 그지없다.
현대어 해석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치지 못할 병처럼 되어 대나무가 많은 전라도 창평(昌平)에서 은거하고 있었더니 임금님께서 팔 백리나 되는 강원도 관찰사의 직분을 맡기시니, 아, 임금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그지없구나.
延연秋츄門문 드리라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을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구절 풀이
* 延연秋츄門문 : 경복궁의 서쪽문. 영추문이라고도 함 * 드리라 : 달려 들어가, 성은(聖恩)에 대한 감격이 행동으로 나타난 말 * 下하直직고 : 웃어른께 작별 인사하고, 하직고의 생략 * 玉옥節졀 : 임금이 신표(信標)로 주던 것으로 관원이 출발할 때에 기표(旗標)로 하여 행렬의 앞에 세웠다 * 平평丘구驛역 : 양주(楊州) 동쪽 70리에 있었던, 춘천과 원주의 갈림길의 역(驛) * 蟾셤江강 : 원주(原洲) 서남방 50리에 있는 한강 상류 * 黑흑水슈 : 여주 북쪽을 흐르는 한강상류의 하나인 여강의 옛 이름 * 雉티岳악 : 원주 동쪽 25리에 있는 치악산. 여기서는 원주의 대유법으로 쓰임
현대어 풀이
연추문으로 달려 들어가 임금님을 뵈옵고, 경회루 남쪽 문을 바라보며 임금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어전을 물러나니, 이미 관찰사의 신표가 행렬 앞에 서 있구나. 평구역(지금의 양주)에서 말을 갈아타고 흑수(지금의 여주)로 돌아드니 섬강(지금의 원주)은 어디인가 여기가 치악산이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