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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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1992년 김영삼 정부 이후 ‘국제화’, ‘세계화’ 열풍으로 한국 경제는 세계시장에 더욱 노출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누적되었던 내재적 취약성이 세계자본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결과적으로 대내적으론 이윤율 저하, 대외적으론 취약성 증대라는 특징을 띠게 됐다. 이것이 IMF 경제위기의 근본 배경이다. 한편, 근본적으로 자본엔 국적이 없다. 이는 자본은 처음부터 국적을 가려서 이윤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자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타난다. 일단 우리는 한국자본이 세계 경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며, 세계자본이 한국에서 하는 나쁜 짓에 대해선 크게 분노하지만 반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거나 모른 체한다. 또한 우리들이 ‘한국’ 기업이라 알고 있는 기업들의 주식 중 50퍼센트 내지 혹은 그 이상은 세계자본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잘 모른다. 여기서 분명한 점은 자본은 세계적으로 움직인단 것이다. 이제 김대중 정부에 의한 구조조정에 대해 살펴보면, IMF 식 구조조정의 기초였다고 말할 수 있다. IMF 식 구조조정이란 대외적으론 세계자본에 문을 열고, 대내적으론 자본합리성에 따라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사실상 IMF 식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회적 불만의 폭발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더욱 ‘승자독점’ 사회, 즉 경쟁사회로 변모했다. 심지어 전체 국민 중 소득 상위 20퍼센트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퍼센트보다 7배나 많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각해졌다. 사실 이런 비교조차 실상을 왜곡할 수 있는 게, ‘평균’ 개념은 수학의 원리를 이용하여 현실적 체감도를 무디게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본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아래 ‘20대 80 사회’가 갈수록 ‘1대 99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저자는 이 IMF 식 구조조정이 한국사회에 일종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으며, 이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경쟁을 내면화했으며 일중독에 빠졌다고 봤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어떠한 구조조정이었기에 이렇게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하게 진행될까? 우리는 구조조정에 대해 알아보고 대안적 구조혁신의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이란 개념은 누구의 입장에서, 어떠한 시각으로 접근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IMF의 구조조정, 재벌이나 정부의 구조조정, 시민단체나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린 이를 엄격히 구분하여 써야 한다. 첫째, 세계자본이 요구하는 바대로 경제구조를 개방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는 노동집약적이고 저부가가치형의 경제구조를 자본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형의 경제구조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구조조정은 이미 박정희 시절의 한국에서도 이뤄진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인간 노동력은 가차 없이 합리화의 대상으로 전락됐고 오로지 소수의 고급 기능 인력만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접을 받게 됐다. 셋째는 경쟁력 있고 이윤이 나오는 분야는 살리지만 경쟁력 없고 이윤이 낮은 분야는 과감히 정리한다는 뜻인데, 재벌이나 대기업에서 많이 쓴다. 즉, 단지 더 많은 이윤을 갖다 주는 분야만을 계속 유지하거나 확장하겠단 뜻이다. 게다가 최근엔 재벌이나 대기업에서 ‘트리클다운 효과’를 내세우며 ‘위에서 잘되면 그 떡고물이 자연스레 아래로 떨어진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윗물이 흘러넘쳐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쪽 물을 위로 뽑아 가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린 ‘트리클다운 효과’가 아니라 ‘스펀지 효과’라고 해야 옳다. 넷째, 일부 시민단체의 요구처럼 재벌 위주의 구조를 중소기업 위주의 구조로 바꾸자는 의미다. 대만이나 독일, 이탈리아 등의 경우에 착안하여 우리나라 또한 그렇게 전환해야만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은 일정 정도 합리적이긴 하나 한계가 있다. 마지막 의미는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구조조정이다. 사람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경제방식은 적극 장려하되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히 잘라내자는 것인데, 여기선 기준이 경쟁력이나 수익성이 아닌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곧 ‘아래로부터의’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여태껏 구조조정은 마지막 내용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이루어져왔고 한국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더욱 휘청거리고 있다. 기업가나 정치권이 ‘곧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희망적인 선전을 해댄다 해도, 자본을 위한 구조조정 방식은 삶의 위기를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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