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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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엄마의 집
전경린의 소설 ‘엄마의 집’은 386세대로 모든 체제에 저항하다 결국은 가정까지 버린 아빠, 남편의 가족에 대한 무책임함과 무능력에 지쳐버린 엄마,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외가 집에서 긴 세월을 홀로 보내야 했던 호은, 그리고 아빠가 재혼한 여자의 딸인 승지, 무턱대고 승지를 맡기고 떠난 아빠를 찾으면서 함께 지내게 되는 세 여자의 용서와 이해를 그리고 있다.
책 처음 부분부터 “우리 엄만 전형적인 한국여자 타입이야”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대체 오늘날 전형적인 한국여자란 어떤 모습일까? 여자로 태어나 결혼을 하면서 아내가 되고, 아이를 낳음으로써 엄마가 되고,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엄마라는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아줌마로 도태되어 긴긴 세월을 보내는 그런 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엄마의 집’에서 엄마는 엄마의 정체성을 획득하고도 동시에 처녀의식을 갖고 사는 엄마이다. 그러한 엄마를 주인공은 미스엔 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엄마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편이다. 미스엔은 가족이라는 구성원에 묻혀 여자라는 정체성을 상실하고 엄마 역할, 아내 역할만을 강요당하며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엄마가 아니다. 남편과 이혼한 여자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 인한 어둠도 없고 자기의 일이 있고 노력의 성과로 얻은 자신만의 집이 있고 가지고 있는 꿈이 있는 여자, 굉장히 주체적이고 당당하며 꼬인대 없고 자신감에 넘쳐나는 여성으로서 우뚝 선 엄마이다. 미스엔은 또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을 밀어내며 자신만의 삶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엄마이다. 사랑에 대해서도, 이혼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사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뒤로 숨어 있지도 않는다. 미스엔 에게는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거울 앞에 앉아 예쁘게 치장을 하게 만드는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애인이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미스엔이 사랑에 목을 매고 있지는 않는다. 사랑에 억압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고 꿈꾸지도 않고 기만당하지도 않으려한다. 그것이 호은의 아빠, 전남편과의 사랑과 이별 속에서 얻은 교훈인 것이다.
게다가 40이 넘은 나이지만 그녀는 아직도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상황이 부족하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이 많아 살기위해, 생활비를 벌려고 일러스트를 하고 있지만 초조해 하지 않는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원하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이 꼭 올 것 이라는 믿음과 소망을 안고 현재의 삶에 묵묵히 복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40이 넘는 나이에도 한 가지 일을 소망하며 평생을 매진할 수 있을까? 나도 저 나이 때에 여전히 꿈을 먹고 살아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스엔의 딸에 대한 태도 역시 다르다. 미스엔과 호은의 관계는 새로운 엄마와 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호은이 자신이 양성애자라면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니 범죄가 아닌 이상, 누구도 그것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게다가 호은이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게, 호은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삶의 진실들을 경험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미스엔의 대답은 놀라울 것이다. 어느 엄마가 딸의 성적 취향에 저렇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보통의 다른 엄마는 말도 못 꺼내게 할 뿐만 아니라 그런 질문 자체에 펄펄 뛸 것이다. 아마 질문에 대한 대답 보다는 그러한 딸의 양성애를 남들에게 숨기느라 바쁠 것이다. 그러나 미스엔은 가족이라는 굴레로 딸에게 족쇄를 채우려고도 하지 않고 호은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미스엔이 호은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호은을 사랑하지만 집착을 하거나 구속하려 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봐주며 이해하려는 것이다. 즉 미스엔은 자신의 딸인 호은이를 하나의 인격체, 또 한명의 여성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미스엔은 용서하고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가졌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까지 버린 남편, 그리고 다른 여자와 재혼해 버린 남편에 대한 원망, 증오 같은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지내던 남편이 맡기고 떠난 승지로 인해서 남편을 찾아 헤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는 점점 남편을 이해하게 된다.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남편이지만 그를 비난하거나 비하하지 않는다. 딸 앞에서도 자신의 엄마나 언니 앞에서도 남편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는다. 호은의 말처럼 그녀는 남편이 남편 친구들처럼 자살도 하지 않았고 범죄자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존경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서로 소통하기를 포기하고 이해를 단념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그때 아빠만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 역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직은 남편을 마주 앉아서 볼 수는 없어 하지만 이해는 하게 된 것이다. 남편의 재혼한 여자의 딸인 승지를 받아 준 것에서도 그녀의 이해심을 볼 수있으며 “세상도 내 뱃속으로 지나가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한 걸보면 스스로의 방법으로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닌 것 같았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저만큼의 상처를 품고서도 미스엔처럼 삶의 철학을 지니고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남편과 자식에게 종속적인 엄마의 모습이 아닌 미스엔처럼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성을 품고 있고 싶었다.
그렇다면 호은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호은은 나보다 한 살 어린 20살의 대학생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은 나이를 떠나 정말 어른스러웠다. 평범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지 않은 탓일까? 보통 20대를 가지는 관심사, 생각 등 모든 것이 다른 편이였다. 자신의 정신세계가 방황 속에서 허우덕 대고 있지만 호은은 자신 앞에 놓인 상황을 피하지 않는다. 호은은 자신의 소신을 포기하지 못하고 가족을 깨버리고 무턱대고 재혼한 여자의 딸을 맡겨버리고 떠난 아빠를 찾아다니면서 호은 역시 엄마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는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던 아빠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소신을 위해 무책임함을 일삼는 아빠를 저렇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아주 조금은 미워해도 아주 조금은 외면해도 될 텐데 호은은 자신이 아빠를 아빠라는 테두리 안에 넣어놓고 아빠의 역할만을 강요했다고 생각한다. 아빠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바란 것뿐인데도 호은은 자신이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다고만 생각한다.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아빠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이해하고 불쑥 나타나 엄마 옆에 서있는 엄마의 애인까지도 받아들인다. 단지 엄마가 그 사람 옆에 있으면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말이다. 너무도 어린나이에 호은은 엄마 아빠를 이해했고 너무 일찍 외로움을 알았고 너무 빨리 자신의 마음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을 독립시켰다. 아직 엄마를 좀 더 원망해도 괜찮고 아빠를 좀 더 위험해도 될 텐데 말이다. 한 번도 엄마 아빠에게 불만이라든가 슬픔을 털어놓거나 표현하지 않는 어른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20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스러움이 내가 너무 현실적인 이유에서인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호은의 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니 모든 아픔을 이겨내고 일찍부터 세상을 다 안다는 듯이 어른스러워진 호은이 더 큰 존재로 느껴졌다.
호은의 가장 특이한 점은 동성애자, 아니 양성애자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처음 호진의 첫사랑 이야기에서 무엇인가 ‘이상하다’라고 생각 했었는데 호진이 만난 케이는 여자였었다. 자신 보다 한 살 어린 후배였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그 모습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만나면 케이는 호은 앞에서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하는 순수함을 가졌었고 둘이서 함께 놀러도 가고 힘든 일을 돕고 같이 있기를 즐거워하고 그냥 그렇게 그 둘은 남들이 사랑하는 모습과 똑같은 사랑을 했다. 자신들이 이상하다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절대 없다. 그것 때문에 나는 더욱 케이가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자신의 동성애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도 전혀 없다. 호은은 그렇게 사랑이라는 것을 했고 나중에 케이가 호진을 자꾸 피하게 되면서 둘은 이별을 겪게 된다. 몇 년이 지나고 대학생이 되어 만난 케이가 말한 이별 이유는 호은의 집착 이였다. 호은은 케이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였다. 하지만 난 그런 호진의 집착이 나쁘다거나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호은이라면 당연히 그런 집착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호진은 많이 외로웠기 때문이다. 호진은 자주 자신이 엄마 아빠와 함께 했던 시절을 기억하곤 했다. 호은은 네 살 이후로 끊겨 버린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그리웠을 것이다. 공부 잘하고 겉모습은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여학생 이였지만 호은은 늘 가슴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안고 살고 있었을 것이다. 늘 마음이 시렸던 호진에게 케이의 관심과 정성은 빛과 같았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에게 받아야 할 사랑을 케이에게 대신 받으려는 듯 호진은 그렇게 점점 케이에게 집착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호진은 자신이 그러한 집착을 가졌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였던 것이다. 케이와 헤어진 과거 얘기를 하면서 호은은 자신들의 이별 이유를 알게 되고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케이와의 기억에서 벗어난다. 그녀의 사랑에 대한 집착은 이해가 되었지만 정말 호은의 성정체성에 대한 태도는 새로웠다. 그녀는 자신의 양성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사랑관에 대해 조금의 신경도 쓰지 않는 호은의 태도가 놀라울 뿐이다. 양성애에 대한 무덤덤한 태도는 단지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것도 자유이니 남자를 사랑하던 여자를 사랑하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에도 매인 데 없는 사람처럼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말하는 호은의 신선한 태도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또한 호은은 결손 가정이라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두움이나 침울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가슴을 파고드는 외로움과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자랐지만 그녀는 흔히 청소년들이 방황할 때와 같은 눈에 띄는 일탈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말로는 그저 그렇게 살다가 그저 그렇게 죽는게 꿈이라고는 표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