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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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한 학기동안 음악감상법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음악감상법? 음악감상에 방법이 있어? 그냥 감상하는건데?’ 도대체 무슨 수업일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 첫날부터 시작 된 연극. 꼭 연기수업 같았다. 여러 대본들을 보고, 대본을 읽고, 연기를 해보고, 또 그 대본을 연출해서 무대를 꾸며보고. 사실은 음악이랑 관련 짓기가 너무 힘들었다. 교수님께서는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깨닫길 원하시는걸까.
학기 말에 와서 마지막 과제로 주어진 ‘창작극’. 나는 연출을 맡게 되었다. 어떤 친구들은 배우가 되고, 또 어떤 친구는 음악감독을 맡고, 그렇게 조가 짜여졌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하게 대본을 쓰고, 또 무대를 상상해보며 이리저리 고민하고...조금은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지만, 마지막, 극에 맞는 음악을 찾고 만드는 과정까지 마친 후에야 비로소 난 이 과제를 통해 음악감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수업을 접하기 전에 나처럼, 흔히 많은 사람들은 음악감상은 그냥 듣는 것, 혹은 또 느끼는 것 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극을 준비하고 또 거기에 맞는 음악들을 작곡하고, 찾아보니 확실히 음악감상 이란 그냥 듣는 것이 아니었다.
대본을 내가 직접 쓰다보니 내가 생각한 그림들이 있었고, 또 나는 모든 극의 흐름과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음악감독에게 극을 설명했고, 나중에 그 친구가 찾아 온 곡들을 들어봤을 때, 어떤 곡은 정말 내가 생각한 상황과 분위기가 딱 떨어지는 반면, 어떤 곡은 내가 생각한 느낌과 전혀 달랐다. 내가 여기서 이 음악은 맞고 이 음악은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그 극의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예를 들어보자.
내가 썼던 ‘해피해피 택시’의 한 장면 중 술에 잔뜩 취한 취업준비생이 나온다. 이 취업 준비생은 자신이 겪었던 힘들었던 일들을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하나 하나 읊조린다. 나는 그 대사를 곡으로 풀어내고 싶었고, 곡을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
내가 쓴 곡 가사의 일부분이다.
‘밤새워 자소서를 쓰고
매일매일 듣는 ‘불합격입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어
카드빚만 늘어나네‘
드라마에서 어떤 직장의 대리급인 아저씨가 술을 마시고 만취가 되어서 집에 걸어오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저씨는 직장생활이 힘들었지만 마치 그것을 잊고싶은 마냥 흥얼 흥얼 노래를 부른다. 헛웃음을 짓기도 하고 콧방귀를 끼기도 한다. 나는 이 노래를 그런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가 이 전체 극과 가사를 보고 쓴 곡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잔잔한 발라드인데, 그 곡은 마치 아까 위에서 말한 술에 취한 아저씨가 집에 가다 들른 집 앞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자신의 신세를 혼자 한탄하며 울고있는 그런 느낌이었고, 그 친구도 그런 느낌으로 곡을 썼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생각하는 상황의 분위기를 설명해 주었고, 그 친구가 곡을 썼을 때 나의 그림과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