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그 주인공들의 특별한 매력 속으로
분야
hwp1. 나에 대한 반성
나는 춘향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줄거리를 주워들은 것만으로도 춘향전의 전체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완독하지 않은 책의 내용을 다 안다고 오만을 부린 데에는, 춘향전은 줄거리만 알아도 모든 내용이 이해되고, 깊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 쉬운 소설이라고 생각해서였다. 한 마디로 춘향전을 ‘얕본’ 것이었다. 이런 나는 11월에 읽어야 할 책 목록표에 춘향전이 있는 것을 보고 읽을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교수님의 독서시험 문제는 줄거리만 대강 안다고 해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완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 안다고 생각한 이 책을, 그러나 처음으로 읽으면서 뒤통수를 쌔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놓치고 지나간 부분이 이렇게 많았다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춘향전을 단순하고 쉬운 이야기로 치부해 버린 내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1월 달 독서를 하면서 내가 크게 느낀 것은 춘향전을 비롯해 흥부전, 심청전까지 가볍게 얕볼 고전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2. 미실(美室)과 닮은 점이 있는, 성춘향
춘향전에 대해 대강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춘향이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요조숙녀’라고 상상할 것이다. 이런 춘향이의 이미지는 줄거리가 요약된 춘향전들이나 영화, 드라마가 보여 준 춘향이의 모습에서 알게 된 것들이다. 물론 춘향이가 정숙하고, 아름답고, 얌전한 모습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것이 춘향이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춘향에게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외설적인 모습과 표독스러운 모습이 있었다.
저고리 치마 속곳까지 벗겨 놓으니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앉았을 때, 도령님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에 구슬땀이 송실송실 맺혔다.
“얘 춘향아, 이리 와 업히어라.”
도령님 춘향을 업고 추킨다.
“앗다, 그 계집애 똥집 장히 무겁다. 네가 내 등에 업힌 것이 마음에 드느냐?”
“더할 수 없이 좋소이다.”
“좋으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