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 논문을 선택해 요약하고 의문점을 세가지 이상 제시하기 -
1. 접근 방법
이 논문은 『춘향전』연구가 국문학 연구사와 그 폭과 깊이를 같이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시작되고 있다.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본고의 과제 및 그 접근 방법을 간단히 적시해 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고는 『춘향전』을 조선 봉건사회 해체기, 곧 17세기 후반으로부터 19세기에 걸친 역사적 전환기에 있어 민중의 현실인식과 이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으로 파악한다. 둘째, 춘향전 문학에 관한 본고의 논의는 소설로서의 『춘향전』
에만 극한하지 않고 판소리 사설로서의 『춘향전』(춘향가)도 같이 포함한다. 셋째, 본고는 『춘향전』에 여하한 양상으로 민중의 현실인식과 비전이 표출되어 있는가를 분석적으로 고찰하게 된다. 넷째, 그러므로 본고는 궁극적으로 『춘향전』의 성립과 발전은 한 개인의 소산이 아니라 집단의 소산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다. 다섯째, 그리하여 본고는 17세기 후반 ~19세기에 걸친 조선 봉건사회 해체기에 있어 민중의 정신사구병을 그 최종 도달점으로 할 것이다. 여섯째, 본고는 일반적 통례와는 달리 비기생계 이본의 대표적인 완판 84장본을 텍스트로 삼지 않고 다수본인 기생계 이본군을 텍스트로 삼겠다.
2. 춘향이라는 인물
『춘향전』은 춘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다른 인물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춘향이가 어떠한 인물이며, 그녀의 의식과 행동은 어떤 의미를 띠는 것인가를 알 필요가 있다. 한국인에 있어 춘향만큼 친근한 여성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 우리가 춘향에 대해 지니고 있는 오해와 편견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광범한 것이므로 하나하나 점검해 가면서 점검해 보도록 한다.
Ⅰ.우선 춘향과 이도령이 광한루에서 결연(結緣)하는 과정부터 살펴보자.
도련님 들읍소서. 이 몸이 천한 몸이 되었사오나 평생에 원하기를 열녀불경이부지행만 본받고자 뜻일러니 한번 인연 맺은 후 부창부수하고 여필종부하여 유자유손 뜻일러니 도련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인이라......(이하 생략)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이 춘향 자신이 평소 지녀오던 의지를 이도령에게 거침없이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춘향이 비록 기생 신분이기는 하나 그 평소의 꿈이랄까 뜻은 뭇남성들의 노리개로서 그들에게 몸을 허락하는 기생신분을 탈피하여 하나의 자존(自存)적
인격으로서 일부종사 (一夫從事)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남의 소실이 되거나 하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드는 한 지아비를 얻어 부부가 한평생 단란하게 자식을 거느리고 사는 것이 춘향의 평소 꿈이며 뜻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희구하며 인간으로서의 정당한 요구와 권리를 실현하려는 문제적(問題的) 개인으로서의 춘향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춘향전』이 그 출발에서 제기하고 있는 춘향의 이 ‘뜻’과 강인한 성격은 특히 유의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