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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1. 한국문학의 근대성을 바라보는 거울로서의 탐정소설
1) 문제의 층위
국문학 연구에서 탐정소설은 실로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왔다. 그것은 탐정소설이란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이 그저 독자들의 기호에나 영합하는 오락소설이며, 상업적 대중소설에 불과한 것이라는 연구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작용한 결과이다. 우리의 경우, 탐정소설은 서양 탐정소설의 번역과 수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또한 국내작가들에 의한 독자적인 작품활동도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탐정소설은 우리 소설사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문학 연구가 진지한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에만 주목하는 것은 지극히 온당한 태도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것은 우리 문학사의 총체적인 모습과 구체적인 실상을 놓쳐버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이글에서는 문학연구가 단지 천재와 걸작들에 대한 주석 내지 연대기만은 아니라는 반성적 인식하에 탐정소설은 무엇이며 그것의 서사적 구성원리와 전개 양상은 어떠한가 하는 의문을 김내성 작품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탐정소설이란 무엇인가?
탐정소설은 불가해한 범죄나 미궁에 빠진 사건이 이성적 영웅에 논리적으로 해결되는 과정을 그린 대중소설의 일종으로 과학적 지식과 이성의 힘으로써 세계를 해석하고 인간의 삶과 역사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이성중심주의 내지 계몽주의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소설이다.
이 점에서 탐정소설은 가장 전형적인 근대소설의 하나인 동시에 근대성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탐정소설의 이러한 측면에 각별히 주목하면서 한국 근대 탐정소설의 서사적 특질과 한국문학의 근대성의 문제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목표와 관점의 설정
이 글의 중심과제는 탐정소설의 서사적 미적 특질과 문학사적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탐정소설의 근대성 문제를 해명하는 것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김내성이야말로 탐정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거의 유일한 작가였으며, 아울러 그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작품을 생산해낸 작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김내성의 작품을 중심으로 탐정소설의 근대성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탐정소설은 자본의 문화논리에 지배를 받는 문화상품의 일종으로 다수의 대중적 독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장르이기 때문에 독자사회학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며, 아울러 탐정소설이 갖는 문학사적 위상과 맥락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역사철학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필자는 비전통적이고 이질적인 사유를 통해서 우리의 삶과 사회에 감춰진 이면을 드러내는 푸코의 접근방법에 주목한다. 이러한 비전통적인 방법은 아주 의미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이렇게 함으로써 잊혀지거나 묻혀진 사실들의 이면과 연결관계를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한국 근대 탐정소설의 기원과 전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