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으로 기만하는 연극 닥터 이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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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유쾌함으로 기만하는 연극 ‘닥터 이라부’
처음부터 ‘버라이어티 메디컬 쇼’를 주장하는 연극 ‘닥터 이라부’. 애초에 ‘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연극은 따라서 다른 연극들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결과적으로 연극의 형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실험적 시도로는 좋으나 우수한 작품으로 보기는 힘들 듯 하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를 원작으로 삼고있는 이 연극은 극 중 나타나는 다양한 인물들을 소수의 배우로 소화하기 위해서 한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만든다. 따라서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 연극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몇몇의 배우들은 약간 아쉬움을 갖게 한다. 희곡 자체가 지나친 부담을 배우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배우를 바라봄에 있어 전에 보여주었던 역할이 그 뒤의 역할까지 계속되어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연극은 이 점을 인식했는지 아예 역할이 바뀐 뒤에도 그 전의 역할에서 나타났던 행동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부분이 있는데(ex. 조직폭력배 행동대장은 뒤에서 감독으로 바뀐 후에도 선단공포증에 관련된 대사를 내뱉는다.) 이는 일종의 장난일 뿐, 관객의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대사 및 행위들은 운동의 총체성을 벗어난다. 굳이 역할의 중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닌 간호사 자체가 총체성과는 전혀 무관하다. 주인공인 간호사 마유미는 이라부의 보조로서 주사를 놓는 것과 약간의 심부름 등의 행위를 하지만 대사도 전혀 의미가 없고 이유없는 괴성은 그저 흥밋거리일 뿐이다. 즉, 많은 요소가 극적이지 못한 것이다.
이라부에게 치료를 부탁하는 세 명의 등장인물은 선단공포증에 걸린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공주병, 자의식 과다에 시달리고 있는 무명의 여배우, 지나친 사회적 압박과 소극적인 태도에 성기가 계속 발기되어있는 남자이다. 각각의 인물은 현대 사회인들이 겪는 여러 가지 모순들을 잘 잡아낸 것으로 보며, 성격 설정에 있어서도 전형성을 잘 갖춘 듯 하다. 그러나 문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명의 등장인물이다.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는 과감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등장한다. 간호사인 마유미는 거의 정신병자 수준의 성격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두 주인공은 그들의 직업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과는 매우 동 떨어져있다. 물론 인식과는 정 반대되는 성격을 지닌 인물들을 통해 모순을 풍자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장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명의 주인공들은 딱히 풍자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환자인 세 명을 치료함에 있어서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기 힘든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닥터 이라부’는 다른 방법으로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이 연극은 서구형태의 무대이지만 소극장 형식이라는 점을 고려한 희곡이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제 4의 벽을 가차 없이 허물고 관객과 계속되는 소통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소극장 내에서 적은 수의 관객들은 간접적이 아닌, 직접적으로 배우들과 의사소통을 지속하며 관객들 서로 간에도 감정을 공유한다. 배우와의 직접적인 대화는 동일화(Identification)을 강조하고 거리두기를 최소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로 서 연극은 관객들에게 일종의 억지스러운 몰입을 얻어오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극의 플롯은 소설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에 치중한 듯 하다. 극은 암전을 이용하여 수많은 극중공간, 시간 이동을 하게 되는데, 어두움 속에서도 배우들이 오브제를 설정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뚜렷이 보여진다. 따라서 다양한 시간, 공간 변화에도 불구하고 극 전체가 계속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며 관객에게 암전된 사이에도 긴장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극은 3개의 큰 주제를 두고 결말부분에 매우 근접하게 전환점(위기)를 설정하는 대표적인 현대극 형식을 지닌다. 따라서 극 자체는 잠깐의 하강 및 파국 부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갈등이 고조되며 관객의 긴장은 한 주제가 끝날 때까지 거의 계속해서 상승한다. 그러나 지나친 긴장의 연속을 막기 위하여 전진적 모티브 사이에 다양한 지체적 모티프, 예를들면 주인공 이라부와 환자들의 작은 갈등들 같은 것이 첨가되어 지나친 긴장강화는 억제시킨다.
결과적으로는 ‘극의 절대성’을 개의치 않으며 흥미를 위주로 하는 현대극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희극작품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소설 그대로를 희곡화 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많이 보이며 캐릭터 및 갈등의 진행구조에서 우연성, 非개연성이 남발되어 어색한 부분도 상당했다. 그러나 애초에 ‘쇼’를 표방하게 되면서 관객들은 어느 정도의 구조를 예상하게 되고, 위에서 언급한 점들은 반대로 유쾌함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수작은 아니더라도 관객에게 유쾌함을 선사함에 있어서는 충분했던 연극이었다. 그저 한 번 즐겁고 싶은 사람에게는 충분한 작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