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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1. 「메멘토」의 내용
「메멘토」는 레너드 셀비라는 남자의 일상 생활 중 어느 이틀 간에 집중하고 있다. 레너드는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어서 어떤 일이든 단 몇 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이런 기억상실증을 가져온 사건 이전에 벌어진 일들은 정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최근에 벌어진 일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의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를 기술하는 데 레너드는 시간의 흐름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 현재 벌어지는 일과 먼 과거의 일, 이렇게 두 가지만 기억할 뿐이다.
「메멘토」는 주인공 레너드가 겪고 있는 기억의 편린을 구조화되어 있다. 영화는 영화 속 허구의 시간을 뒷걸음질쳐 나가는 데 예를 들어 영화의 첫 장면이 실제로는 영화의 끝에서 벌어지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의 순서가 뒷 걸음질 치는 장면들 중간 중간에 흑백으로 처리된 장면들은 시간의 순서가 정상적으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 따라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매우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영화에서 이미 지나간 장면을 상기시켜야 하는 부담이 가중된다. 마치 퍼즐 게임처럼 사건들을 정확한 시간 순으로 재배열하여야 이해할 수 있다. 나중에 레너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지만,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져서 현재의 장면에 이르렀는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레너드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알지만 어떻게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2. 개인의 정체성을 상실한 레너드
레너드는 자신이 현재에 이르게 된 배경을 알기 위해 각종 메멘트를 남김으로써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그의 메멘토는 종이에 쓴 메모와 폴라로이드 사진과 사진 뒷면에는 얼굴과 이름을 일치시키고, 누굴 믿고, 누굴 믿지 말라고 써 있는 것이 단서가 된다. 또한 장기간 기억해야 할 중요한 메멘토는 문신을 이용한다. 이렇게 그는 사건의 정황을 기억하고 비록 불완전하지만, 산산조각 난 과거의 메멘토는 그에게 단기간의 목표를 기억하게 하고 또 다음에 무엇을 실행할 것인지 알려 준다.
영화는 레니의 기억이 부정확함을 증명하면서 기억은 일종의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기에 그것을 믿지 못하게 한다. 즉, 사실에 대한 기억은 기록이기보다는 주관적 해석이므로 얼마든지 배반의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다. 기억과 배반의 연장선상에서 살아가는 레너드의 존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몸은 여러 명의 사람들, 곧 짧은 기간 동안만 최근의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로 점령되어 있다. 그가 남기는 쪽지나 사진, 심지어 몸에 새기는 문신도 개인의 정체성을 정립해 주는 연결 고리가 되지 못한다. 물론, 사고 나기 전의 생활로서, 먼 과거에의 연결 고리는 가지고 있지만 오늘과 내일을 이어 주는 연결고리는 결핍되어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시간을 연장하며 살아가는 레너드에게 개인의 정체성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레니의 상황은 실제적 상황이고, 그 자신이 보험조사관 레너드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첫째, 레너드에게는 역사적 배경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의미 있는 현재가 없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레너드는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긴 다양한 메멘토를 살펴보아야 한다. 도드와의 추격장면과 무기를 들고 화장실에서 도드를 매복하는 장면을 보면 레너드의 현재 경험이 얼마나 단발성인가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거울을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레너드는 거울을 보아야만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이다. 그의 몸, 특히 그의 문신은 그의 현재 자아와 과거를 연결 시켜 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이다. 이렇게 기이한 레너드의 모습에서 자아 혹은 정체성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레너드는 그 자신의 행동을 통하여 이런 것을 보여 준다. 그는 미래의 레너드를 현재의 레너드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미래의 레너드로 하여금 테디를 죽이게끔 조처하는 장면에서 이것을 엿볼 수 있다. 레너드는 과거의 메멘토를 가지고 현재를 이해하는데, 테디의 사진 뒤에 ‘이자가 죽여야 할 자’ 라고 쓸 때 논리적인 추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레너드가 테디의 차량 번호를 적을 때, 자신의 미래 자아가 현재의 자아로부터 완전 소외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어떤 사람을 위해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다. 현재의 레너드는 테디를 죽일 수 도 있는데 죽이려 하지 않는다. 일부러 미래의 레너드가 그렇게 하도록 꾸미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테디의 설명에서 알 수 있다. 테디가 레너드를 바라보는 시각과, 새미 잰킨스의 아내가 새미를 바라보는 시각 사이에는 중요한 유사점이 있다. 흑백 장면에서 새미의 아내가 보험조사관 레너드의 사무실을 찾아오는 장면이 있다. 그 아내는 레너드에게 남편이 옛날의 새미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 솔직한 생각을 듣기 원한다. 그녀의 질문은 남편의 몸을 새롭게 ‘차지한 사람’이 남편이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현재의 새미는 그 자신이라 할 수 없고 기억의 복원이 이루어져만 예전의 새미가 되는 것이다. 기억의 복원과 함께 개인의 정체성도 복원된다. 개인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기억은 대단히 중요하다. 기억은 개인의 내부(나는 누구인가?)에서부터 또는 개인의 외부(남들은 누구인가)에서부터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사고 후의 레너드는 사고 전 레너드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으 정체성은 별 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레니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사고 이후 벌어진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기억을 계속 연결시키는 데 필요한 10분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이나 연속적인 의식의 흐름은 개인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