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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교육과정이 교육사회학자들의 연구대상으로 대두된 것은, 교육과정이 “사회적으로 조직된 지식”이라고 믿는“교육과정사회학자”들에 의해서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교육사회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교육과정에 대하여 그것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성격을 분석해 보임으로써,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내포된 교육사회학 연구과제인가를 극명하게 드러내었다. 이 장에서는 학교의 교육과정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성격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여, 단순하지도 않고 오나벽하거나 믿을 만 하지도 않은 교육과정의 복잡한 성격을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사회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을 살펴보도록 하자.
1. 교육과정사회학의 전개
교육과정사회학은 학교교육에서 가르쳐지고 학습되어지는 교육과정을 지식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체계화하고자 하는 해석학적 패러다임의 교육사회학 이론이다. 그런데 1950년대 개발의 시대에 널리 받아들여졌던 기능주의 교육사회학은 교육과정을 객관성ㆍ보편성ㆍ공정성ㆍ정당성이 있는 합의된 사회가치로 파악하고, 교육활동의 매개체로서 교육과정은 교육을 통한 사회구성원의 내ㆍ외적 통제와 통합에 기여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기능주의자들에 의해 지지되고, 정당화된 신념으로서 아무 의심 없이 여지없이 받아들여져 오던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사회학자들에 의해 그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주요한 사회학적 탐구과제가 되었다. 교육과정 사회학은 1970년대 초 영국에서 등장한 ‘교육과정 교육사회학’에서 비롯되었다. 교육과정 교육사회학자들은 학교가 가르치는 지식과 교육의 과정이 사회적 불평등을 매개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지적하면서 교육사회학자들이 과거에 도외시해 왔던 교육과정에 탐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영국은 중상류계층과 노동계층이 확연히 구분되는 사회로서, 전통적으로 중상류문화가 교육을 지배해 왔으며 사회적 지위의 상속이 강했다. 이러한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조기선발의 폐지, 종합학교제도로의 개혁, 보상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 여러 가지 교육제도의 개혁을 실시하였으나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상속의 정도는 줄지 않았다. 호어(Hoare)는 이제까지의 교육 불평등에 대한 대책이 제도의 개혁에만 의존함으로써, 학교가 학생들에게 실제로 가르치는 내용인 교육과정과 같은 실제적 핵심은 문제 삼지 않고 방치해 두었다고 지적했다.(Karabel and Halsey, 1977:48) 즉, 교육에서의 불평등은 교육제도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내의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 등 학교의 교육과정과 내적 과정도 불평등을 일으키는 요소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한 교육과정사회학자들은 새로이 제기된 문제를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이론과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당시 사회학계에서는 전통적인 실증주의적, 계량적 방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석적 연구방법이 제시되었다. 해석적 연구방법은 단일한 사회이론이 아니라 지식사회학, 현상학, 상징적 상호작용론, 민족방법론 등 다양한 사회이론에 뿌리를 둔 다원적 연구모형이었다. 이와 같은 사회이론이 지니고 있는 비판적 논의 양식은 교육과정과 교사-학생관계 등 학교교육의 내적 문제를 탐구하려는 교육사회학자들에게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게 되었다.(김기석, 1983:58~59)
교육과정사회학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영국에서 이 분야를 개척하는 데 뚜렷하게 공헌한 영(Young)에 의해서 분명하게 제기되었다. 여러 학자들의 논문을 편집한「지식과 통제(1971)」라는 책에서 그가 밝히고 있는 문제제기는 교육과정의 구성과 관련하여 지식의 관리 문제가 교육사회학의 주된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교육사회학 연구가 교육내용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 보고 사회학적 탐구대상에서 제외시켰으나, 교육제도 속에서 선별처리 되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지식도 마찬가지이므로 사회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사회적 구성물 지식이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에 의해 내용이 선정되고 조직되는 사회적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에 불과한 지식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는, 그리고 특정 지식이 다른 지식보다 본질적으로 우수하거나 열등하다고 보는 입장을 비판한다. 영은 학교가 어떤 지식을 선택하고 가르치며, 이 선택적 지식교육의 과정이 학교 밖의 권력구조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밝히려고 하였다. 영은 지식의 계층화와 사회적 계층화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한다. 지식이 어떤 기준에 의해서 계층화되며, 각기 다른 지식에 부여되는 사회적 평가와 그 지식들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사회적 보상이 결정되는 배경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에 의하면 1970년대 영국의 교육체제는 엄격한 지식의 계층화에 기초한 학문적 교육과정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지식은 사회적 계층을 반영하는 사회적 산물이므로 이에 따라 계층화 된다. 그래서 각각의 지식에 다른 사회적 평가가 부여되고, 그 지식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사회적 보상도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구조 내에서는 ① 공식적으로 평가되는 내용, ② 가장 우수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 ③ 우수집단 학급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육과정 영역에 높은 지위가 부여되며, 동시에 그러한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지위가 부여된다. 현재 높은 지위가 부여되고 있는 지식의 특성으로는 ① 문자로 표현되는 것, ② 지식을 알게 되는 과정과 제시되는 방법 및 평가 방법이 개인주의적인 것, ③ 학습자의 직접적인 체험적 지식과는 유리된 추상적인 지식, ④ 실생활과의 관련이 없는 학문 지향적 내용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현재 학문 중심적 교육과정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학문적 교육내용에서 높은 성취를 나타내는 학생은 대체로 상류계급 학생들이므로, 교육과정이 현 사회계층 구조를 유지하는 데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글스톤(Eggleston, 1977)에 의하면 교육사회학자들은 오랫동안 교육기회의 분배와 선발과정에만 전념해 왔고 교육과정의 내용은 무시해왔으며, 설사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교육과정이 합의 도니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를 두어 왔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오늘날의 대중화된 영국학교의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중의 교육과정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엘리트 집단에 의해 규정되고 평가 되었다. 엘리트 학교의 교육과정은 지도성을 강조했으나, 대중의 교육과정은 복종을 강조하는 한편 격이 낮은 교과들로 구성함으로써 사회적 차이를 수용하도록 했다(1977:31).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육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의 필요성과 연구 방향은 영국의 교육사회학자들에 의해 뚜렷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교육과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더욱 활발하게 시도된 것은 미국의 비판적 교육과정론자들에 의해서였다. 특히, 문화, 지식, 교육과정 등에 관한 정치학적 논의를 교육사회학의 중심에 끌어들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 담론과 교육과정 연구를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Apple, 1977:Halsey et al., 1997:490). 비판적 교육과정이론은 미국의전통적 교육과정이론인 타일러(Tyler)의 모형에 대한 비판과 잠재적 교육과정의 성격과 기능에 대한 탐구로부터 출발하였다. 타일러의 모형이 교육목표의 설정, 학습경험의 선정과 조직, 수업진행의 절차와 방법, 학습결과의 평가 등에 있어 합리성만을 강조한다고 비판한다. 비판적 교육과정이론의 주창자의 한 사람인 애플은 타일러 모형과 같은 전통적인 논의 양식은 탈정치적이며, 탈역사적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선정과 조직의 뒤에 깔려 있는 복잡한 정치ㆍ경제관계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기존의 교육과정의 개념을 재정립하고자 하는 비판적 교육과정론자들은 ‘교육과정 재개념주의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에 의하면 미국과 같은 선진산업사회에서 학교는 불평등한 경제구조와 관련되어 있는 특정 유형의 문화자본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현재 미국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확산시키려는 지식은 ‘기술적 지식(technical knowledge)’ 기술적 지식이란 직접적으로 산업발달에 기여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과학ㆍ공학ㆍ수학 등의 교과지식을 말한다.
이다. 경제체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최대한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지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교육과정 혁신을 위한 재정투자는 인문과 예술 교과보다는 주로 과학과 수학 교과 개발에 집중된다. 미국의 교육과정의 내용과 조직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요구하는 효율성의 원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