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화학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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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미술관에 간 화학자를 읽고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아주 가끔 미술관에 가거나 유명 그림을 마주하게 되면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거나 특별전이 열리거나 아니면 모조품이라도 관공서 같은 대형 건물 벽에 붙여진 그림이면 무언가 특별한 예술적 가치가 있을 텐데 무엇 때문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지, 어느 부분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어쩌다 그림 앞에서 오랫동안 서서 예술을 음미(?)하는 사람을 볼 때면 괜히 나도 무언가 아는 척 한동안 옆에 서 있기도 한다. 그래도 하나의 전시실을 5분이면 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지금 나에게 있다는 건 사실이다 ㅠㅠ^^.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지만 늘 멀리 있는 클래식-그것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건축이든-을 이해하고자 몇 번의 노력이 있었다. 관련 책도 보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도 보곤 하였지만 쉽게 이해되거나 접근되지 못하였다. 그래도 제목에 이끌려 또 잡게 된 책이 화학공학자 전창림교수가 쓴 [미술관에 간 화학자]이다. 미술을 화학으로 접근한다? 분명히 새로운 접근임에는 틀림없지만 미술도 어려운데 화학까지라는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책을 펼쳤다.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라는 부제는 평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매력적인 문구다. 최근에 크로스오버, 통찰, 통섭과 같은 단어와 흐름이 유행인거 사실이니까.
이 책은 흥미롭다, 그래도 역시 어렵다.
미술 작품은 구도, 등장인물, 색채, 소품, 미술재료, 사조, 화가의 삶, 그림에 관련된 에피소드 등이 각각 작용하여 완성된다. 즉 위의 요소들 이해가 깊을 수록 감상은 더 풍부해진다. 그래서 저자는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 했을 것이다. 읽기는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한자 한줄 씩 순차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니까.
다음은 흰색을 즐겨 사용하여 흰색 유행의 시류에 편승한다는 낮은 평가와 작품이 밋밋하다고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미국 화가 휘슬러의 을 설명하는 한 구절이다.
‘....당시 파란색 중 최고인 올트라마린, 빨간색 중 최고인 버밀리온 등이 황을 포함하였다. 오염된 대기도 황산화물을 포함하였다. 연백은 아마인유를 섞으면 다른 색 보다 부착력이 좋아 바탕칠에 애용되었다. 이를 파운데이션 화이트(foundation white)라고 한다. 그러나 그 바탕 위에 울트라마린이나 버밀리온, 칻드뮴 엘로(cadmium yellow) 등 황을 포함한 안료를 채색하면....
어렵다! 거의 외계어 수준이다. 울트라마린이 무엇인데 파란색 중에 최고인가? 아마인유를 섞으면 부착력이 좋아진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용어의 낯설음이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감히 참고 사전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막연히지만 그림를 그리는데 이러한 세밀한 요소가 있고 이렇게 분석하고 접근할 수도 있겠다라고 내 마음의 관용 정신을 발휘한다.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내용이라면 아마 몇 장 못가서 덮었을 것이다. 화학으로 플어가는 부분은 내용은 어렵지만 접근 방식에서 흥미를 일으킨다. 반면 훨씬 더 많은 분량의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 처절했던 작가의 삶, 의도적으로 숨겨둔 작가의 유머와 위트,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과 소품이 주는 메시지 등을 읽을 때면 처음 가졌던 클래식 이해의 목적을 넉넉히 이루게 된다.
‘....그림이 막 그려졌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탁하고 칙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건 이건, 산업혁명으로 도시 공해가 심해지면서 대개 중의 황산화물(SOx)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후대에 감상 시점에서 제목과 그림의 색체가 변화된 렘브란트와 밀레의 작품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그림에 산업혁명, 즉 당시 경제시스템과 거기에 따른 환경변화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척 재미있다! 더 자세한 과학적 이해는 나에게 필요치 않다. 지금 보는 그림에 그런한 변화도 있다 정도가 적당하다.
그림 또는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번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처음 느껴지는 감정일 수 도 있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남는 잔상일 수도 있고 어렴풋한 공감의 느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 감상법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러나 작품에 관련된 여러 요인들은 알면 알 수록 내 머릿속의 이야기거기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감상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유홍준 교수의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을 다시 실감하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흥미롭고, 그림을 다시 보게 되고, 그 속에 스토리를 찾게 된다. 스토리텔링, 요즘의 화두 아닌가.
서문에서 저자는 책 저술의 의도를 첫째, 우리 고등학생들이 수학 과학 실력이 뛰어나지만 노벨과학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의 안타까움과 둘째, 입시 전략에 따른 책읽기의 한계를 넘어서 진정한 창의력과 자유로운 사고를 하도록하는 바램으로 밝히고 있다. 화학이나 과학 지식이 없는 평범한 성인으로서 저자의 의도를 따라갈 필요도 없고 능력도 없다. 그러나 익히 명성으로만 들었던 미술 작품들을 여러 이야기거리로 풍부해졌기에 나의 이 책 읽기 의도는 충분히 도달된 듯하다.
한편 어릴적 화가가 되고자 하였기에 파리 화학전공 유학시절에 화학실험실과 오르세미술관을 오고간 저자의 꿈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이면서 예술학부에서 미술재료학을 강의하고도 있다. 오히려 미술과 화학에 한정하지 않고 어느 분야이든 저자와 같은 통섭과 통찰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창의적인 청소년이 되면 좋겠다.
다시 책 제목을 보면, ‘미술관에 간 화학자’이다. 미술을 화학으로 해석한다는 것이 아니라 화학자가 미술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즉 화학자는 화학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종교, 인물, 경제 모든 부분을 다 이야기 한다, 충분한 근거와 설득력과 재미를 가지고.
이 책에서 소개한 작품들 에피소드 대부분은 곧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다시 미술관에 가면, 다시 유명 작품을 마주하게 되면 작품속의 등장인물에 대해, 색체에 대해, 만들어진 시대에 대해, 작가에 대해, 미술재료에 대해 한 5분쯤 이야기를 찾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