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과제 감각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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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미학과제 감각의 생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감각의 생
우리는 우리가 느낄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느낄 수 있다.
나는 여름을 가장 사랑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빛을 가두겠다는 오만으로 결국 구릿빛으로 변해가는 피부색, 발끝에서 사각거리는 모래알, 무언의 언어를 속삭이는 바람이 지나가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내가 그 안에서 부서지는 것 인양 날 사로잡는다.
여름의 밤 또한 감각적이다. 한낮의 작열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시원한 밤공기는 날 미적지근하게 안아주고, 밤에도 잠들지 못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열기는 가라앉은 공기를 다시금 들뜨게 한다. 청명하게 반짝이는 별 아래서, 내게 보이지 않을 것이 없으며, 아름답지 않게 보이는 것이 없다.
여름은 가장 감각적인 계절이다. 그 어떠한 시기보다도 나의 오감은 가장 활발하게 세상을 받아들인다. 여기에서의 난 열려있다.
일상의 사소한 사건하나도, 그날그날 바뀌는 나의 기분도, 생각 없이 내뱉는 한마디의 말도 모두 감각과 맞닿아있다. 누군가가 오늘 내 기분을 묻는다면 나는 잴 것도 없이 “오늘 기분은 좀 별로야”라고 툭 던질 것이다. 아침부터 칙칙하다가 계속 비가 왔기에 내 기분은 발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것은 칙칙하고 찝찝하고 우산쓰기도 싫다. 내린비 때문에 신발이 젖는 것은 불쾌하고 해가 없어 침침한 분위기에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다. 흐린 날씨는 내 마음마저 흐트러뜨린다. 내가 맞은 비 때문에, 마치 마음에도 비가 내린 것 같다. 물론 배가 오는 날의 비 냄새만은 좋아한다. 이날이 우울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저 기분은 좀 별로야 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내가 오감으로 받아들인 세상이 있으며, 그로인해 만들어진 마음속의 세계를 감각으로 누비고 다녔다.
우리의 모든 것은 감각으로 환원된다. 가장 이성적이라 여겨지는 지식은 물론 감정, 추억, 이해와 타인에 대한 공감까지도 그 근원은 감각이다. 만약 감각이 없다면 그것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하나의 문자, 아니 어떠한 형태를 지닌 것 같은 무언가 같은 것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즉 그는 의미가 없다.
과거의 추억에 대해서 말해보라. 내게 가장 강렬히 새겨진 유년의 추억중 하나는 계곡에 지낸 여름 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었고, 여름 내내 불태운 나의 피부는 뱀처럼 허물을 벗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냥 신난 나는 누구보다 먼저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뛰어 들어갔다. 비늘의 반짝임으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으쓰대는 ‘진짜’ 물고기를 직접 보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어른들이 물고기와 대화한다며 우스개소리를 해댔겠는가. 물속에서 반짝이는 물고기들은 정말 예뻐보였다. 비록 물고기와 같은 지느러미가 내게 있어 그처럼 살랑살랑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지상과는 다른 감각에 몸을 맡기고 육지생물로서 최선을 다해 허우적거렸다. 조금 위에서 낚시를 하는 아저씨의 낚시 바늘에 걸릴까봐 몸을 사리면서도 내게 다가오는 감각들에 매료되어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맞대고 싶었기에 오직 물안경 하나만으로 온 계곡을 휘젓고 다녔다. 내 키의 두배가 넘는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그 순간은 최고였다. 바위에서 뛰어서 물에 들어가기까지의 그 찰나의 순간은 결코 찰나가 아니었다.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는 부모님과 아이들의 함성소리, 제철을 만난 매미의 울음과 우기를 맞아 생명이 넘치는 계곡의 화음, 점점더 낮아지는 나의 시각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들, 빛의 반짝임, 나무의 초록, 발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차가운 물, 그리고 나의 전체를 감싸 안은 물. 그 속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그곳에서만 들을수 있는 물의 소리를 들으며 계곡의 이끼가 낀 돌까지 발이 닿았다가, 계속 가라않길 거부하는 내 몸이 결국엔 수면위로 뻐끔뻐끔 올라가고 수면을 머리끝에서 맞이하는 감각까지 난 결코 잊지 못한다. 그때 나는 여름의 모든 것을 보고 들었으며 또 느꼈다.
난 그 모든 순간을 감각적으로 기억한다. 후덥지근한 여름 냄새, 온몸으로 느껴지는 계곡물, 날 물고기라 불러대는 어른들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손 뻗으면 닿일 것 만 같은 하늘의 푸름. 그리고 이 감각들은 나에게 강렬한 감정으로 새겨지고 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만일 감각이 없다면 이 추억은 하나의 자료로써만 서술된다.
x월 x일
여름이어서 가족끼리 지리산에 갔다. 날씨가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