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이해-역사주의 비평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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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문학연구의 방법은 한 작품을 역사적 사건으로 취급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모든 작품은 반복될 수 없는 ‘사건’으로 역사적 일회성을 지닌다. 따라서 문학의 기원과 발생, 변천에 대한 관심은 역사주의 비평가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근대적 역사주의 비평은 19세기에 확정되었다. 쌩뜨 뵈브와 이폴릿 테느는 비평의 체계와 응용을 보여준 선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당시의 과학적 사고방법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보였다. 쌩뜨 뵈브는 역사 중에서도 특히 개인의 역사(전기)를 이용하여 문학적 현상을 관찰, 해석하고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개개의 작품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 사람 자신을 알지 못하고 작품만 단독적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는 쌩뜨 뵈브의 말처럼 그는 작품을 작가의 지표로 보았다. 또한 작가는 그가 살던 환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작가의 천재성은 동시대의 사회관계에서 밝혀진다고 믿었다. 이 방법은 후에 실증론자들에게 영향을 줄 소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뜨 뵈브의 실증주의적인 면을 체계화한 사람이 테느이다. 테느는 작품은 작가를 알기 위한 수단의 의미밖에 없으며 작품에 숨겨진 작가의 흔적을 발굴하여 재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테느는 종족, 즉 작가의 유전적 기질과 그가 자라난 환경, 작가가 접한 기존 작품들이 문학을 결정하는 3요인이 된다고 보기도 했다.
위의 방법론들은 현재 역사적 방법론의 모체이며 역사주의 문학관의 주요점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오늘날의 역사주의 방법은 그 방법에 있어서 세분화되어 있다. 이제부터 그 방법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작품의 원본을 확정해야 한다. 활자화되어 있는 작품의 진위 여부는 역사주의자의 특별한 관심사이다. 확실한 원본을 마련하기 이전엔 작품을 평가하기를 주저하는 것이 역사주의자의 양심이다. 원본확정에는 서지학, 문헌학은 물론 제지술, 인쇄술 등 다양한 방계과학이 동원된다. 이러한 작업에는 작가와 작품의 특질과 의도에 대한 민감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원본비평은 문학작품의 가치판단을 내포한다.
모든 문학연구가들은 믿을만한 원본에 의거하여 작품을 논하고자 한다. 특히 고대 시가의 경우, 원본 비평은 중대한 과제가 된다. 원본비평은 전적인 재구성이 필요한 작업과 단순한 와전이나 띄어쓰기와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청산별곡의 ‘네가시럼단디몰라셔’ 같은 문장의 띄어쓰기가 초래하는 인칭 변화는 시의 이해에 큰 영향을 주므로 원본 비평가들의 철저한 작업이 요구된다. 원본확정을 위한 작업은 네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현존하는 문서의 정확한 형태를 확정한다. 원고가 없을 경우 하나의 상태에 접근하도록 하는 작업을 거쳐 오류를 제거한다. 그리고나서 많은 사본 중 결정본의 근거가 되는 텍스트를 선정한다.
전해지는 작품이 인쇄과정 등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가정될 때, 원본비평가는 원작자의 의도를 가장 잘 전달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으로 주어진 원고를 수정하기도 한다. 비평가의 어느 정도 수정이나 재구성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음으로 언어가 가진 역사성이라는 특징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자. 역사주의 비평가는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옛 작품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한다. 이렇다보니 옛말의 문법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학문이 되어 많은 역사주의 비평가들이 역사문법학자가 되기도 한다. 비평가는 과거의 언어에 맞는 현재의 언어를 택해 일반 독자들에게 작품의 의미가 전해지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해설’보다는 ‘해석’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과거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과거의 언어와 현재의 언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시조의 진가를 어휘면에서 판단하기 위해 시어의 의미표출기능을 당시의 일상언어와 대비한다. 시대에 따라 일상어휘의 변동이 생기며 무릇 작가의 역량은 얼마나 독자적인 어휘를 가지고 있는가에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음은 작품의 구문이 문학적 효과를 위해 어떻게 짜여있는가이다. 문장구성의 습관도 작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특히 향가나 고대 가요의 구문은 현대의 구문과 너무나 의미가 달라, 독자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필요하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과거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과거의 언어와 현재의 언어를 동시에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작가가 말하는 언어를 현재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역사주의자의 비평가적인 역량이 기대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작가연구이다. 작가연구는 역사주의 비평의 중심적 영역이기도 하다. 이것은 작가가 작품의 원인이 된다는 인과적인 사고방식의 영향 때문이다. 만약 작품에 명백한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모든 작가의 전기 연구자는 작품의 성패를 작가의 의도에 비추어 판단한다. 의도에 결함이 있을 경우, 결과에도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연구는 생산된 작품의 해석에 빛을 주는가의 여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즉, 작가, 작품, 독자의 원활한 대화를 마련하는 작업이 올바른 작가연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 연구자는 작품에 관련된 작가의 모든 면모를 파헤쳐 얻은 자료의 가치 유무를 판단하여 정리한다.
문학적 전기는 자칫하면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나 회고록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실 나열주의에서 비판적 해석주의로 변천하면서 ‘비평적 전기’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리온 이들이 비판한 문학적 전기의 세 가지 형태는 다음과 같다. 하나는 수집한 자료들을 단순히 시간상의 선후에 따라 배열하여 장황하게 이야기를 꾸민 ‘포괄적 연대기’이며, 다른 하나는 저자가 선택하여 작가의 성격 양상만(성격소묘) 제시한 것이다. 마지막은 ‘유기적 전기’ 즉 비평적 전기로, 모은 자료를 비평가가 해석하는 방향으로 작가의 정신적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작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창조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을 포착하여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비평적 전기는 수집한 다양하고 많은 자료를 뚜렷한 원칙 하에서 걸러내어 비평가 스스로 새로운 형상을 주조해야 한다.
모든 문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네 번째 방법은 작가의 영향관계를 알아보는 일이다. 문학적 영향 관계에는 일반 독자에 대한 영향과 동료 작가나 후배에게 끼치는 영향이 있다. 이 작업을 수행하려면 작가의 회고록은 물론 책의 판매부수, 일반 대중의 사상, 당시 사회제도 등의 간접자료가 필요하다. 작품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모든 작품은 독자를 염두에 둔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가치를 창조하지만 이 가치를 발견하고 향유하는 일을 독자의 몫이다. 이렇게 독자는 작품의 가치구현에 참여한다. 여기서 작품의 독자는 단순히 현대의 독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자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넓게 퍼져 있다. 과거시대의 독자와 우리는 작품을 통해 공존한다. 다음으로 동료 작가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작가끼리의 영향관계는 역사주의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문학은 이러한 상호작용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한 작가가 다른 작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때에는 작품 내부의 유사성에 근거를 둔다. 그러므로 이 작업 역시 작품 자체의 분석에 귀의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구설에 자주 오르내리는 작가가 다른 작가에게 주는 영향은 단순히 일반 독자처럼 감명을 받은 정도에 그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비평가는 두 작품 모두를 세밀하게 조사하여 그 영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 살펴야 한다. 한 시대의 문단도 당시 사회의 문화적 전통에 속한다. 소위 문학사라는 큰 영역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비평은 두 작품을 동시에 파악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