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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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5.18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들에 대한 견해를 담은 책,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이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발생한 518민중항쟁은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일련의 역사적 사건이다. 이 책에선 518을 도시 인구를 형성하는 학생, 지식인, 노동자, 도시빈민 등 넓은 의미의 민중층에 의해 감행된 순수한 의미의 민중항쟁이었다는 것, 그것은 “근대 이후 반역사적 권력에 대항하여 꾸준히 일어난 민중항쟁적 성격을 선명히 드러낸 사건”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우선 기억의 간접화, 기억은 과거를 표상하는 한 양식이며, 과거의 일을 재현하는 능력이다.518민중항쟁소설에서 그날의 기억은 간접적인 형태로 재현된다. 한 가지 소설을 살펴보자면, 이삼교의 “그대 고운 시간”은 열한 살 소년 화자 ‘창석’의 눈으로 오월을 본다. 대학생 형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학교는 쉬고 누나가 출근을 멈추고 어머니도 공사장을 가는 일을 중단했다. 일상의 정지, 아니“전쟁이다, 전쟁.”이라고 외치는 어머니의 절규를 통해 오월광주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단편소설은 어린 서술자의 관점을 통해 그때 광주에서의 국가 폭력이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극이며, 무고한 시민이나 가족의 희생을 강요했던 기억 속의 불가해한 상흔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발표된 시점만 보면 굳이 간접화의 방법으로 오월을 이야기해야 할 까닭이 따로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항쟁의 실체 중에서 지극히 작은 한 부분만을 반영할 뿐 아니라 소설을 통한 역사적 진실 찾기라는 작업의 측면에서도 아쉬운 게 사실이다.
두 번째로 비극의 역사성을 보자면, 518은 항쟁 이전에 국가 폭력에 의한 시민들의 살상이라는 비극적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연원을 갖고 있으며 집단적 기억에 의해 그 비극성은 왜곡과 변형을 넘어설 계기가 마련된다. 정도상의 ‘저기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문순태의 ‘일어서는 땅’, 김신운의 ‘낯선 귀향’이란 소설들은 비극적 사건의 역사적연원이 텍스트로 재현되어 문화적 기억으로 전승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처럼 우리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을 망각의 창고에 가두지 않고 꾸준한 소설적 탐구를 거듭하는 까닭은 그것이 거대한 폭력에 대항해서 끝내 지켜내야 할 인간성의 옹호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성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 사건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연원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역사적 통찰과 대안 제시에 부응하는 소설들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다음으로 기억의 현재성, 단순한 분노와 불안은 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에 반해 증오와 복수에의 다짐은 기억을 오히려 강화한다. 무엇을 위한 망각과 기억인가. 망각과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복원하려면 우선 기억의 현재적 의미를 탐색해 봐야 한다. 기억된 과거는 정체성 확보의 문제이자 현실의 해석이며, 가치의 정당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기억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은 공유하는 기억, 즉 집단기억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그러한 측면에서 정찬의 ‘광야’와 임철우의 장편소설 ‘봄날’은 518민중항쟁의 기억을 재현하고자 하는 문학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온 작품들이다. 이들은 재현을 통해서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 세계, 곧 존재했던 세계를 치밀하게 그려내고, 그럼으로써 그 너머에 있어야 할, 곧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그 날의 기억의 재구를 통해 항쟁의 현재적 그리고 미래적 의미를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항쟁주체와 민중성을 보자면, 518민중항쟁은 한두 사람의 영웅적 봉기가 아닐 뿐 아니라 어느 한 계층의 주도로 이루어진 계급 혁명적 투쟁 역시 아니다. 또한 광주와 전남 일원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광주라는 특정한 지역에서만 일어난 ‘광주항쟁’이 아니다. 그것은 억압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의 봉기이면서 나아가 ‘광주’를 넘어서서 모든 종류의 억압에 저항하는 인류의 보편적 저항의 역사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한 시대의 고통스럽고 좌절된 역사의 장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공선옥의 중편소설 ‘씨앗불’의 인물들을 볼 때 위준은 중국집 주방장, 목욕탕 때밀이 그리고 넝마주이 등, 세상의 가장 밑바닥 일을 했던 인물이다. 기동타격대 5조장 박명수는 택시 운전사이고 현욱은 중국집 요리사였다. 김치수는 넝마주이였으며 박승택은 자개장이였다. 또한 문순태의 ‘그들의 새벽’에서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목숨을 걸고 전남도청을 지킨 300 여명의 무장시민군 대부분이 하층민이었다. 이러한 소설들은 518민중항쟁 주체의 민중성이라는 측면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518민중항쟁의 기억을 재현하고 있는 대부분의 소설들은 518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회상을 통해 그 사건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문제 삼고 있다.
그런데 소설이 사실에 너무 가까워지면 미학적 요소가 감소되어 재미가 없고, 너무 멀어지면 역사적 의미가 후퇴하게 마련이어서 진정성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적 작업을 통해 항쟁의 역사적 의의가 현재에도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기여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과제를 하기 위함으로써 책의 일부분만을 읽었는데 518에 대한 문학들이 이러한 것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각 소설들의 중요내용을 알게 되었다. 518을 그저 하나의 사건으로만 봐왔었는데 아직까지도 그 사건에 대해 좀 더 좋은 작품을 쓰려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마지막부분처럼 광주민중항쟁을 광주시민들만의 기억이 아닌 모든 국민들에게 있어서 같은 기억이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