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 정원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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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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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함박눈이 흩날리는 황금빛 정원
- 김미월, 「정원에서 길을 묻다」
유토피아는 ‘가장 완전무결’ 하면서도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블로흐는 유토피아를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완성의 현 실태’ 라고 정의했다. 그러므로 유토피아를 허황된 망상이나 도피적 관념으로 보는 것은 속단이다.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성찰을 전제한다. 또한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에서 기인한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글을 써 주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악몽을 꾸는 여자 ‘공사이’가 있다.
흔들리기 시작하는 무림의 세계
‘나’는 작부인 엄마와 신원을 알 수 없는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버림을 받은 채 성장한 여자이다. 대학생을 주요 고객으로, 원고지 1매당 평균 4,000원의 수고비를 받으며 글을 써 주는 일을 한다. 이것은 단순히 글을 써서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다. 사회복지사, 순정파 청년, 미대생, 만년 복학생 등 각기 다른 자아를 가진 사람들의 글을 대신 써 주는 일은 타인의 그림자에서 그들의 주체를 대리하는 연극과도 같다. 나는 이러한 삶의 테두리 안에서 자족을 느끼며 삶을 긍정하며 살아왔다.
게다가 나는 충분히 강하다. 무협지의 주인공들처럼.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지만 풍운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사나이들처럼. 고독한 삶이지만 그게 나의 운명이다. 나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그뿐인가. 나에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 두 사람이 한 인물이므로 인간관계 때문에 피곤할 일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는 나만의 정원이 있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p246)
어느 날 나는 자기소개서를 써달라는 일거리를 맡게 된다. 그때부터 ‘내가 누구일까’ 하는 질문은 나의 내부에서 파동처럼 퍼져 나간다.
공중 정원, 나를 가두는 유토피아
또한 나는 주인집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서 수목을 가꾸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비밀스러운 공간은 나의 자기애착에서 출발한다. 정원에서의 나는 식물을 가꾸는 행위를 통해 뿌리를 알 수 없는 비정상적인 가정사에서 기인한 무의식적인 상처를 치유한다. 하지만 정원은 타인과의 교류가 차단된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와의 소통을 기대할 수 없으며, 오직 주인공의 의식 속에서 내밀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나도 그런 사랑을 받아보고 싶었다. 이름도 모르는 아빠, 이름만 기억나는 엄마는 내게 그런 사랑을 주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나 또한 누구에게도 그런 사랑을 준 적이 없었다. 난 그 사랑을 베풀어보고 싶었고 또 받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황량한 시멘트 바닥 위에 정원을 만들었다. 내가 나에게 사랑을 베풀고, 내가 나에게 사랑을 받고. 그 매개가 바로 이 정원이었다. (p254)
애인을 잊기 위해 모형 폭탄을 터뜨리는 남자
나는 옥상 정원에서 폭탄 파편을 찾는 앞집 남자 ‘무영’을 알게 된다. 앞집 남자가 터뜨린 모형 폭탄 속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색종이 조각이 들어있었는데, 그것은 그 남자와 이별한 애인이 남긴 흔적이었다. 남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을 지우려고 했던 애인에 대한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앞집 남자와의 소통마저 실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