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문제점
분야
hwp① 성의 왜곡된 표현
: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성과 사랑은 가부장적이며 보수적인 가치관을 내세우고 있다. 백설공주 나 신데렐라 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아름다운 외모에 착한 심성으로 인내심을 갖고 모든 어려운 상황을 참고 견디다 결국 백마 탄 왕자님에 의해 발탁되어 그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다. 이러한 성의 묘사 방식을 대표하는 말이 바로 신데렐라 콤플렉스 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신데렐라를 보면 아름답고 착한 주인공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 하루아침에 부엌데기에서 왕비로 신분이 상승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남자의 배경으로 갑자기 신분이 급상승하기를 꿈꾸는 것을 신데렐라 콤플렉스 라고 한다. 여성 관객을 목표로 한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항상 왕비와 공주에 대한, 그리고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여성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고 그러한 부흥에 맞추어 디즈니에서는 이런 부류를 계속해서 재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과 로맨스를 꿈꾸게 하고 충족시켜주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바로 이러한 것을 계속적으로 접함으로써 여성은 순종하고 수동적이어야 하고 세상을 지배하는 능동적인 주체는 남성이라는 가부장 적이고 보수적인 이데올로기가 끊임없이 투입되고 행동으로까지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어떠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이러한 디즈니사의 이데올로기를 투영하고 있는지 대표적인 것들로 예를 들어 보겠다.
왕자와 결혼을 함으로써 왕비로 신분상승을 이룬 신데렐라, 자신 스스로 깨어나지 못하고 왕자로부터 키스를 받아야지만 다시 살아나고 또 한 나라의 왕비가 된다는 백설공주는 가장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겠다.
인어공주의 아리엘은 언뜻 보기에 부모의 통제에 대항하는 것처럼 보이고 인간 세계를 탐험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소망에서 주체와 객체를 제한하는 위험을 무릅쓰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 트리톤으로부터 독립하려는 투쟁과 자신의 사랑을 이루려는 절망적인 몸부림으로, 바다의 마녀인 우술라와 파멸의 계약을 맺는다. 그 대가로 아리엘은 자신의 목소리를 포기하고 왕자 에릭을 따르기 위해 두 다리를 얻는다.
이를 접한 여자아이들은 아리엘의 십대 소녀같은 반항에 즐거워 할지 모르지만, 결국 욕망과 힘을 얻는 방법은 멋진 남자를 잡아서 사랑하는 것 밖에 없다고 믿도록 길들여진다. 디즈니 측에서는 아리엘을 기존의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와는 다르게 도전적이고 활발한 여성상으로 나타냈다고는 하지만 여성에게 요구되는 근본적인 성 역할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
라이언 킹을 보자. 동물들만의 세계에서도 인간 세계 속에서의 가부장 적인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황국의 모든 지배자들이 수컷이라는 사실은 독립심과 지도력은 남성의 특권이고, 그들의 높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프라이드 락의 모든 암사자는 사랑하는 무파사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다. 그래서 무파사에 대한 암사자들의 의존은 그가 죽은 후 스카가 왕이 되었을 때 가지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분노와 독립심과 저항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암사자들은 다만 스카의 주변에서 맴돌 뿐이다.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축은 무파사, 그의 아들 심바, 그리고 그들의 원수 스카 로 모두 수컷, 즉 남성인 것이다. 결국 라이언 킹에서 여자사자는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절대 리더가 될 수 없으며, 단지 그들의 뒷 배경만이 될 뿐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과 다르게 진취적이고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띄는 새로운 여주인공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 역시 예전의 것들과 이념을 달리 하지 않았다. 미녀와 야수의 벨은 이지적이고 침착하지만 자신의 성공보다는 야수로 변한 왕자님을 백마 탄 왕자님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보이는 평강공주 형의 면모를 보여준다. 알라딘의 자스민은 까다롭고 앙칼진 모습으로 무조건 착했던 예전의 캐릭터들과는 다른 성격을 제시했지만 그녀 역시 알라딘이 감옥에 갇혔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만 흘리는 연약한 존재로 드러났다. 타잔에서의 제인은 주인공 타잔이 주체로 이끌어 가는 이야기 속에서 간혹 웃음만을 지어내는 행동을 할 뿐 늘 그의 연인으로만 수동적이고 부각되지 않는 역으로 등장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시대의 분위기에 맞추어 잔다르크 형 여전사 캐릭터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에 대표적인 예로는 포카혼타스 와 뮬란을 꼽을수 있겠다.
우선 포카혼타스 는 앞에서 언급한 편견에 도전하는 성격을 나타내어 색다른 면을 보여주지만 결국 그런 편견에 부합하고 마는 여성상을 재생산한다. 포카혼타스는 어린 소녀이기보다 맵시 있고 현대적이고 패션감각이 뛰어난 슈퍼모델의 이미지를 가지고 역사적 인물로 형상화한다. 똑똑하고 용감하고 유식하며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행을 지닌 그녀는 종래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되는 인디언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많은 여성 주인공들처럼 포카혼타스는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남성들과의 관계에 우선적으로 기초해 정의된다. 이러한 이야기 진행으로 포카혼타스는 자신의 터전과 민족을 버리면서 남자를 쫒게 되고 이러한 것은 여성을 오직 애정만을 추구하는 존재로 인식시킨다.
성에 대한 편견은 뮬란에서 어느 정도 변형된다. 뮬란이라는 주인공은 젊은 여성에 대한 전통적 편견에 도전하는 대담한 여성 전사로 나온다. 그러나 그녀의 강한 독립심에도 불구하고 영화비평가 재니 매슬린이 말하듯이 여전히 적절한 남성을 필요로 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로 끝맺는다. 뮬란은 독립적이고 의지가 강한 여성이지만, 결국 그녀의 용기에 대한 대가는 장군의 미남 아들을 생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강인한 여성으로서 뮬란의 성격과 맞지 않은 측면이 하나 더 있다. 뮬란은 전쟁과 폭력 그리고 군사주의 같은 남성적인 의례에 저항하기보다는, 전쟁이 발발했을 때 단지 그녀도 남자만큼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남성 전투복으로 갈아입는다. (전 수업시간에 설명했던 KTF 광고와 마찬가지 성격을 띄고 있음) 따라서 전쟁과 관련된 남성적 관점을 포용함으로써 뮬란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어떤 도전도 포기하고 만다. 그녀는 간단히 다른 남자아이들과 같아지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환상이 너무 멀리 확대되지 않도록 디즈니는 영화의 결론을 통해, 뮬란은 여전히 남성을 구하는 소녀이고 다른 많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아주 잘생긴 외모를 지닌 남성을 잡으려고 애쓰는 미국 여성들의 이국적인 변형일 뿐임을 우리에게 환기시켜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