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 시대에 등돌린 지식인의 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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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꿈은 우리에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거나 실현 불가능한 일들을 상상하게 해주며 그 안에서 잠깐이나마 그것을 이루게 해준다. 꿈속에서 우리는 상상하던 일들을 실현하고 상상하던 인물들을 만나며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나또한 나만의 소중한 꿈을 가지고 있고 가끔씩 힘들때면 그 꿈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누구나 꿈을 꾸면서 살아가기에 꿈속에는 사람들 개개인이 느끼는 바람과 행복이 투영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금오신화는 김시습이라는 한 시대를 불우하게 살다간 지식인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귀신이 등장한다는 것과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시선이 갔었다. 하지만 우연히 김시습에 대한 책을 읽고 난 뒤 금오신화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김시습 자신이었고 다섯 편의 이야기 모두 김시습의 인생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는 금오신화라는 작품을 김시습의 인생과 관련지어서 살펴 보려고 한다.
김시습... 불광 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조선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아간 지식인의 내면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김시습을 말할 때, 참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김시습은 어린 시절 뛰어난 재능으로 신동이라 불리며 세종의 극찬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김시습은 21세때, 세종의 왕위 찬탈을 보고 현실에 저항하며 관직으로 나가지 않았다. 단종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은둔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김시습은 은둔하는 동안 이 금오신화를 지었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꿈같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이 이야기들을 통해 김시습은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이상을 나타내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귀신의 의미
금오신화를 읽다보면 이야기 전체에 귀신이 자주 등장한다. 보통 귀신은 죽기 전에 맺힌 원한을 풀지 못해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떠돈다고 한다. 김시습이 현실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은둔하며 지낸 삶을 생각하면 귀신은 김시습의 모습이고 김시습 자신이 그런 귀신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추구한 이념을 현실에서 실천할 수 없는 절망감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저승에 가서도 자신은 귀신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내가 가진 재능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간다면 나도 그런 마음을 가졌을 것 같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이유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인데 그것이 불가능한 삶은 무슨 낙이 있을까.....
하나같이 사라져버리는 행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