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독서 감상문
분야
hwp공지영의 당당함은 이유가 있다. 『즐거운 나의 집』은 ‘가족 팔아먹었다’는 말을 듣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것은 그녀가 글을 쓸 때 작가의 내면적 체험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허구성을 갖는 동시에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것은 독자들이 공지영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외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지영 작품을 응원하는 이들은 그녀가 그리는 인물의 상처에 공감한다. 그리고 그들은 작품 속에 제시된 치유 과정에서 대리만족과 위안을 얻는다. 반대로 그녀의 작품이 늘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독자들도 있다. 나는『즐거운 나의 집』에 반영된 작가의 상처와 치유, 그것의 문학적 한계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써보려고 한다.
공지영은 한 인터뷰에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상처’라고 했다. 그녀는 사생활 문제와 세상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혼과 세상의 비난에 대한 상처는 『즐거운 나의 집』에 끊임없이 드러난다. 작가는 상처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엄마’를 약자이면서 피해자로 묘사한다. “엄마가 언젠가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갔는데 호텔 방에서 매를 맞았어.” 나는 온몸이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중략) 온몸으로 전율이 지나갔다. 그리고 태연히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엄마가 약간은 두렵고 또 가여웠다. 우리가 보는 것들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이 감추어져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때로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얼마나 치명적인가.(p.88~89) ‘엄마’가 두 번째 이혼을 딸에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엄마’는 이혼의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언급하지 않는다. 여기서 독자는 다양한 감정을 갖는다. ‘엄마’를 공감하는 이는 감동을 하지만 다른 시선을 가진 이는 거부감을 느낀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기억된다. 작가는 자신이 기억하는 사건을 작품에 담았다. 그것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작가 개인의 입장에서 해석되었다. ‘엄마’의 상처에 공감하는 이는 박수를 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혹은 다른 관점에서 상처를 해석하는 이는 외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극단적으로 평가된다.
『즐거운 나의 집』은 상처를 보여줌과 동시에 치유를 제시한다. 나는 엄마를 안았다. 엄마는 내 등을 가벼이 두드렸다.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말해주었었다. 실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 가지 말뿐이라고. ‘넌 소중한 사람이야’ ‘너를 용서해’ 그리고 ‘너를 사랑해’. 그래서 나는 말했다. “엄마……, 사랑해.” 엄마는 의외라는 듯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잠깐 웃었다. “고마워, 나도 널 사랑해.”(p.90) 이 작품이 보여주는 치유의 해결책은 딸 위녕과 엄마의 사랑, 잭다니엘 아저씨와 위녕의 사랑, 잭 다니엘 아저씨와 엄마의 호감 등이다. 공지영은 작품에서 상처의 치유를 강조하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었음을 언급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일을 ‘상처’라는 단어로 기억하는 것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녀는 작품에서 이혼과 사람들의 편견에 대한 상처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엄마’를 피해자로 묘사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현기영의 「순이 삼촌」도 작가의 상처를 다룬 작품이다. 작가가 유년시절에 경험한 ‘제주 43사건’은 작품의 중요한 소재이다. 현기영은 자신의 상처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관찰자 시점을 사용한다. 『즐거운 나의 집』이 딸 위녕의 관점에서 ‘엄마’를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기영은 보다 객관적인 제 3자의 눈으로 ‘43사건’을 침착하게 관찰한다. 「순이 삼촌」은 비교적 객관화에 성공하였지만,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즐거운 나의 집』은 객관화에 성공하지 못했고 해결책을 담았지만 오류를 범했다.
『즐거운 나의 집』의 ‘엄마’는 혁명의 환상이 깨어지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한다. 사람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낄 때 두 가지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한다. 하나는 현실 도피이고 나머지는 자기 합리화이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하며 현실 도피를 택했다. ‘엄마’는 두 번째, 세 번째 결혼에서 실패하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경험한다. 거기에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상처가 더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기 합리화를 택한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해냈다’며 부러워하는 여자들의 시선, 당당하고 능력 있는 여자로 ‘엄마’를 묘사하는 부분은 이혼에 정당화를 부여한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상처와 치유, 그 과정에서 자기 합리화를 보여준다. 공지영은 이혼과 세상의 편견에 대한 상처 때문에 한동안 작품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상처를 치유했고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선택한 치유의 과정에는 자기 합리화가 있다. 자기 합리화에 성공한 공지영은 당당하다. 그것은 그녀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이며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