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귄터그라스의 역사인식
관념론적 역사파악의 요체를 이루는 것은, 역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이성이나 정신 등의 추상적인 힘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형상을 추구해 나가는 이런 추상적 힘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이야말로 본질적으로 진보를 나타낸다는 생각이다. 그라스의 역사개념은 역사를
귄터그라스의 텔크테에서의 만남 Das Treffen in Telgte(1979)과 페터 슈나이더 Peter Schneider의 두 장애물을 뛰어넘는 사람 Der Mauerspringer(1982)이 두드러진다. 마르틴 발저의 도를레와 볼프 Dorle und Wolf(1987) 역시 분단된 독일의 문제를 상세하게 다루었다. 시학에서는 엘리
그라스, 발저, 엔첸스베르거 등 <47 그룹>의 작가들을 겨냥하면서 서독문학을 “도덕과 계약결혼한 문학”이라고 규정하고, 신념 때문에 예술성을 희생시킨 이들의 ‘신념미학’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러 또한 “신학적․형이상학적, 관념론적․역사철학적 후견에서 자기해방된 문
그라스에게 글쓰기는 곧 인식의 과정이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에게 낯설게 혹은 불확실하게 느껴지던 것을 보다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다. 그라스에게 단치히 3부작이 신비에 싸인 나치의 악마성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이었다면, 국부마취는 60년대 말 서독사회의
그라스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해석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1985년 11월 말 TV 인터뷰에서 그라스는 자신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해석을 통해 작품을 대하지 말고 작품 자체를 철저하게 읽으라고 권고하며, 해석자들이(독문학자들이) 작품을 잘못 인도할 수 있다는 점과 독자들이 작품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