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발전이란 단지 “가속화된 정체(停滯) beschleunigter Stillstand”(IV 86)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아가지만 결국 제자리를 맴도는 공전(空轉). 이 지독스런 회의와 쓰디쓴 멜랑콜리가 소설의 결말을 어둡게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그라스에게는 회의와 멜랑콜리가 곧 절망을
역사기술이 엄청난 생략과 은폐와 날조의 토대 위에 이루어진 허구라고 믿고 있다.『넙치』에 는 작가 그라스의 이러한 역사개념과 역사인식이 다양하게 반영되어 있다.
『넙치』에 는 , 불멸의 존재이자 거의 전지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넙치’, 그리고 역사상의 모든 시대에 항상 모습을 바꾸며
자연과학적 진보와 사회보장의 확충에 의한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믿는 치과의사의 낙관적 역사관에 대한 그라스의 평가가 숨어있다. 그것은 관상어에 대한 묘사에서 빼어난 알레고리로 이미 암시된 바이다.
“누가 벌써부터 관상어를 기르고 있는가? 정성스럽게 주는 먹이, 온도가 적절한 물,
작품 속의 사회의 내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품 속에 내재한 사회적 함의를 밝혀야만 텍스트의 심미적 구조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미적 가상이나 사회비판이 아니라, 사회비판의 미학적 매개이다. 『양철북』은 알레고리를 통해 20세기 독일역사를 심미적으로 재구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