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제 1부. 원리론
제 1장 공정으로서의 정의
1절 정의의 역할
사상 체계의 제 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 1덕목이다. 사회란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한 협동체이긴 하지만, 그것은 이해관계의 일치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의 상충이라는 특성도 갖는다. 사람들은 각자 혼자만의 노력에 의해서 살기보다는 사회 협동체를 통해서 모두가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그러나 또한 노력에 의해 산출될 보다 큰 이득의 분배 방식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적은 몫보다는 큰 몫을 원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득의 분배를 결정해줄 사회 체제를 선정하고 적절한 분재의 몫에 합의하는 데 필요한 어떤 원칙들의 체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원칙들이 바로 사회 정의의 원칙으로서, 그것은 기본적인 사회 제도 내에서 권리와 의무를 할당하는 방식을 제시해주며 사회 협동체의 이득과 부담의 적절한 분배를 결정해준다.
2절 정의의 주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제도나 법 등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판단, 비난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의 특정 행위들이 정의롭다거나 부정의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논하려는 것은 사회 정의인 만틈, 우리에게 있어서 정의의 일차적 주제는 사회의 기본 구조,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회의 주요 제도가 권리와 의무를 배분하고 사회 협동체로부터 생긴 이익의 분재를 정하는 방식이 된다. 여기서 주요 제도란, 정치의 기본법이나 기본적인 경제적, 사회적 체제를 말한다. 기본 구조가 정의의 일차적 주제가 되는 이유는 그 영향력이 심대하고 또 그것이 권원적인 데서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 구조 속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지위가 속해 있다는 점과 서로 다른 지위에서 태어난 인간들은 정치 체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여건들에 의해서 어느 정도 정해진 서로 상이한 기대를 갖게 된다. 이런 식으로 사회 제도로 인해서 어떤 출발점에는 다른 출발점보다 유리한 조건이 부여된다. 이러한 것들은 특히 뿌리 깊은 불평등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정의 원칙들이 제일 먼저 적용되어야 할 부분은 어떤 사회의 기본 구조 속에 있는 이와 같은 거의 불가피한 불평등인 것이다.
3절 정의론의 요지
롤스 정의론의 목적은 로크, 루소, 칸트에게서 흔히 알려져 있는 사회계약의 이론을 고도로 추상화함으로써 일반화된 정의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기본 구조에 대한 정의의 원칙들이 원초적 합의의 대상이라는 점에 있다. 그것은 자신의 이익 증진에 관심을 가진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평등한 최초의 입장에서 그들 조직체의 기본 조건을 규정하는 것으로 채택하게 될 원칙들이다. 이러한 원칙들은 그 후의 모든 합의를 규제하는 것으로 참여하게 될 사회 협동체의 종류와 설립할 정부 형태를 명시해준다. 정의의 원칙들은 이렇게 보는 방식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고 한다.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있어서의 평등한 원초적 입장이라는 것은 일정한 정의관에 이르게 하도록 규정된 순수한 가상적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의의 원칙들은 무지의 베일 속에서 선택된다. 그 결과 원칙들을 선택함에 있어서 아무도 타고난 우연의 결과나 사회적 여건의 우연성으로 인해 유리하거나 불리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보장된다.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갖는 하나의 특징은 최초의 상황의 당사자들은 합리적이고 상호 무관심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초적 입장에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상이한 두 원칙을 채택하게 된다. 첫 번째 원칙은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의 할당에 있어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며, 반면에 두 번째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만 그 불평등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4절 원초적 입장과 정당화
원초적 입장이란 거기서 도달된 기본적 합의가 공정하다는 것을 보장해주는 적절한 최초의 원상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명칭이 생겨난 것이다. 그 정의관은 다른 것보다 더 합당한 것이며 그에 관한 정당화가 더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정당화의 문제는 숙고의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즉 주어진 계약적 상황 속에서 어떠한 원칙들을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일까를 확인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이는 정의론을 합리적 선택 이론과 관련지어준다. 원초적 입장은 우리에게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첫 번째는 당연히 가해져야 할 제한 조건들을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원칙들을 선택함에 있어 타고난 운수나 사회적 여건 때문에 유리하거나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타당하고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택되어질 원칙이 정의에 대한 우리의 숙고된 신념과 합치하는 것인지 혹은 그것을 제대로 확대한 것인지의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원칙들이 우리의 숙고된 신념에 합치한다면, 그 정도로써 충분한 것이지 된다. 그러나 서로 어긋나는 점이 있다면 설명을 변경하든가 아니면 우리가 해왔던 지금까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잠정적인 고정점이라고 생각해온 판단일지라도 수정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합당한 조건들은 표현해주면서도 정리되고 조정된 우리의 숙고된 판단에도 부합하는 최초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반성적 평형’이라 한다. 롤스의 정의관이 원칙들에 대한 자명한 전제나 조건들로부터 연역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것의 정당화는 여러 가지 사항의 상호 지지를 통해서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결합하여 하나의 일관된 관점을 이루는 데서 해결될 문제이다.
5절 고전적 공리주의
고전적 공리주의의 원칙은 선을 욕구의 만족보다, 보다 좋게 말하면 합리적 욕구의 만족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어떤 것이 사회 협동체의 적합한 조건인가는 그 여건 아래서 개인들의 합리적인 욕구들에 대한 만족의 최대 총량을 달성해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의해 정해진다. 공리주의 정의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러한 만족의 총량이 개인들에게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문제 삼으며, 한 개인이 자신의 만족을 시간적으로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만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 있어서나 최대의 만족만 산출한다면 옳은(정당한) 분배가 된다는 것이다. 즉, 공리주의는 개인의 차이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다수가 누리게 될 보다 큰 선에 의해서 정당화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건 아래에서는, 적어도 어느 정도 발전된 문명의 단계에 있어서는 이익의 최대 총량이 이런 식으로 얻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6절 상호 비교 고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