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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농업과 환경 - 생태마을과 환경농업
1. 경제사회의 발전과 농업의 변화
인간은 원래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생태계의 물질순환시스템이 생산하는 부산물(=씨앗이나 열매 등)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원재료를 조달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이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정착하면서부터 자연생태계내의 고유한 물질순환시스템에 인위적인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자연생태계의 피동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창출하고 그로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생존수단을 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과 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생태계의 일부를 인위적으로 파괴변형시켜서 인간의 생존수단을 생산하는데 알맞도록 변형시킨 농업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창출된 농업생태계는 기본적으로 자연생태계에서와 같은 종(種)의 다양성보다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물질과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생산 공급하는데 알맞도록 단순화되고 균질화된, 그리고 인위적으로 통제되고 변형된 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유지되는 농업생태계는 각종 병충해나 잡초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다양한 외부적 노력 즉, 자연생태계에 대한 지배와 통제가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와 통제는 적어도 18세기 말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는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조화와 균형보다는 지배와 통제가 강조되었고, 이것을 ‘과학’이라고 이름 붙였다. 과학의 발전은 곧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동시에 자연생태계에 대한 지배와 파괴를 불가피한 것이라는 인식을 일반화시켰다. 이처럼, 산업혁명은 자연생태계의 일부로서 농업과 인간의 관계를 완전히 인간중심적으로 재편하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도시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인구증가에 따라 식량수요가 급증함으로써 농업생산의 목적도 자가소비가 아니라 시장판매를 위한 것으로 변화되었다. 더구나, 1920~30년대 이후에는 트렉터 등의 농기계보급이 일반화되고 1950~60년대부터는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등의 화학물질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농업의 공업화’가 급속히 진전되었다.
오늘날에는 이처럼 ‘공업화된 농업’과 ‘시장지향적인 농업’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와 결합됨으로써 더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 사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특정목적을 위한 인위적인 품종개량, 자연적 순환시스템 대신에 농약화학비료의 사용증가, 인력과 축력대신에 기계화, 소규모 복합경영 대신에 대규모 단작경영으로 대체되었다. 결국, 자연생태계의 일부로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 오던 농업생태계는 농업자원의 오염과 식료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나아가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자연생태계를 파괴시킴으로써 인간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2. 새로운 사회시스템의 모색과 생태마을, 환경농업
인간생활의 구체적인 단위로서 ‘농촌(지역)사회’의 역사적 변동과정을 보면, 전통적인 ‘시스템 A’(과거)로부터 ‘시스템 B’(현재)로 전환되었으며 이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스템 C’(미래)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서 시스템 A란 농업과 자급자족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순환적인 촌락공동체적 지역시스템을 의미하며, 그것은 옛날부터의 평등한 횡적인 촌락질서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이 시스템 A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가능케 해준 공업화의 가치체계에 휩쓸려서 시스템 B로 바뀌었다. 시스템 B는 공업화도시화의 가치체계를 반영한 것으로서 개별화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B는 그 확립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공업화의 부산물로 나타난 기술모순(=환경문제), 과도한 경쟁에 따른 경제모순(=빈부격차와 인간소외), 도시화에 의한 사회모순(=인구밀집과 과소화)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 B는 새로운 시스템 C로의 전환을 강요당하게 되었는데, 이 시스템 C의 바람직한 방향은 기술적으로는 생태적지역복합적인 기술의 확립, 경제적으로는 지역농업의 협동화에 의한 지역생산 및 유통시스템의 확립, 사회적으로는 지역시스템의 재편성에 의한 지역생활의 안정과 향상을 도모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 C를 구체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간의 주체적자각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의 회복과 이를 통해 지역주민이 창조적이고 의욕적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스템 C가 곧 생태마을(Eco-Village가 아니라 Sustainable-Village)의 참 모습이며, 따라서 생태마을의 건설을 위해서는 이 시스템 전환을 내재적주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지역주체의 형성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 C는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는 결코 이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C(생태마을)을 작동유지시키는 인간활동을 생산과정과 생활과정으로 나누어 본다면, 농업은 생산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산업이다. 그동안 시스템 B의 영향(화학비료와 농약의 남용)으로 오늘날의 농업은 자연생태계에 負의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농업의 출발은 자연생태계의 일부로서 자연친화적인 생태적 생명산업이었다. 시스템 A가 자연순환적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농업 본래의 역할과 기능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스템 C의 성공여부는 농업의 이러한 본래적 모습을 어떻게 되찾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사회전반적인 조건이 시스템 A의 작동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시스템 A)와는 다른 새로운 농업경영방식(시스템C)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마을을 유지시키는 주산업이 농업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이미 농법적으로도 또 농업생산의 목적에 있어서도 단순히 과거(시스템 A)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체가 자본주의적 상품경제의 절대적인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과소화고령화 등으로 대변되는 농촌사회의 현 여건 역시 더 이상 시스템 A의 작동과 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되돌아가자’는 식의 농업관은 현실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결국, 현단계에 알맞은 새로운 농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것을 우리는 ‘자연순환적 환경농업’에서 찾는다. 즉, 환경적경제적사회적으로 생태마을을 작동유지시키는 기간산업으로서 ‘환경농업’이다. 이미 전술했듯이, 오늘날의 환경농업은 단순히 ‘과거식 농업’은 아니며, 그렇게는 결코 유지될 수도 없다. 가치의 생산(=농산물의 생산)보다는 가치의 실현(=판매)이 관건으로 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하에서는 자급자족적인 과거식의 농업으로는 더 이상 존립조차 어려우며, 농업생산조건 역시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환경농업은 현실적 여건에 맞는 새로운 농법의 도입과 생산물의 판매를 원활히 하기 위한 유통망의 확보, 또 유통을 보완하기 위한 가공법의 도입이 동시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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