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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1) 근대와 여성의 만남 (17p)
식민지 시기 신여성에 대란 연구는 최근에 상대적으로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연구 영역 중 하나이다. 1990년대 이후 이른바 거대 담론의 붕괴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연구자층의 증가와 연구 영역의 다양화, 대학에서 여학생 비율의 증가, 여성 문제와 페미니즘에 대한관심의 증대 등을 배경으로 신여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여성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1950년대 이후에 도입되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한국의 학계를 풍미한 근대화 이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최근에 이르러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을 반영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1980년대까지의 이 주제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1945년 이후,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가 추구해온 근대화에 대한 열망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여성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들이 전통과 근대 중에서 후자에 대한 일방적 지향을 연구 자체에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해, 전통은 근대의 달성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간주되어 흔히 멸시받거나 무시되었다.
1876년 개항 이래로 한국 사회는 근대의 길을 지속적으로 추구하였다. 그러나 이 추구가 항상 동일한 사회적 맥락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시대의 요구와 필요를 반영하면서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적으로 특정한 진화의 길을 밟아갔다. 식민 지배의 초기인 1910년대에는 이전 시기에 있었던 근대에 대한 동경과 선망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일본 유학생 들을 통해 일본에서 근대를 도입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일본 역시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1920년대가 되면서 식민지 피지배민들이 각성과 계몽을 배경으로 서구의 영향이 강하게 반영된 근대의 모습이 적어도 도시를 중심으로 한 일상의 영역에서 한층 가시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한마디로 식민지 시기의 근대성은 전통과 근대, 한국적인 것과 서구(일본)적인 것, 또는 자아정체성과 타자의식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형성되었다. 근대성의 개념에 대한 역사적 분석은 전통과 근대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특정한 시대적 조건과 상황 속에서 어떻게 실현(또는 좌절)되어갔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던 근대는 언어나 행동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효과였다. 예컨대 그것은 서구나 문화, 과학, 산업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지적이고 문화적인 분위기에 가까운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조성되었던 일정한 분위기이자 매력이었다. 이와 같이 근대라는 말이 일본에서 널리 보급되어서 이 말은 시대 구분을 위한 일반적인 표현으로 사전적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2) 일본의 모던 걸 과 조선의 신여성 (22p)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면, 식민지 시기 신여성의 문제는 근대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을 알 수 없다. 더 나아가 식민지에서 행해지는 신여성 연구는 식민 본국이었던 일본의 경혐을 배제하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여성 운동의 일반적인 발전 양상이 그러했지만, 실제로 조선과 일본의 신여성운동 사이에는 일정한 유사성이 있다.
조선의 신여성 과 같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본에서 이와 비슷하게 대중적으로 통용되었던 표현으로는 이른바 모던 걸 을 들 수있다. 모던 걸은 신여성의 영어식 표현이지만 양자의 의미에는 차이가 있었으며, 일본과 식민지에서 갖는 의미 역시 각각 달랐다. 즉, 모던 걸이 근대 문명과 근대적 정신의 산물로서 근대적 경향에 충만한 여성들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근대문명의 물질적 정화는 기계이지만, 사상적인 가치는 민중의 대두와 인류의 정신을 중시하는 데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나온 평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