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1990년대 문학장(文學場)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현실이라는 외부의 조건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등장한 ‘문학주의’와 달리 삶에 대한 체험이 강조되는 ‘노동자 문학’을 살펴봄으로써 90년대 ‘문학’이 어떻게 ‘현실’과 연결되는 양상을 1988년부터 1998년까지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의 생활글을 통해 통시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물론 ‘노동자 문학’은 체험을 강조하지만 텍스트에 나타난 ‘체험’ 역시 하나의 문학적 재료로서 기능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된 문학 텍스트는 여전히 이데올로기적 기획에 대부분 포섭되어 있으면서 미끄러지는 결여의 지점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투쟁기 · 보고문학 등의 글에서는 노동자의 계급성이 강조됨으로써 노동자와 지식인, 배움과 배우지 못함의 위계를 전복시키고, 노동자 본인의 욕망마저 은폐시키는 방식...
90년대의 문학 담론은 흔히 이념의 시대인 80년대와 구별하며 스스로의 문학사를 형성해온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근래의 학술장은 90년대 담론장이 문학 본연의 것으로 상정했던 특징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이 논문 역시 90년대를 향한 선행 연구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특히 90년대를 대표하던 여러 담론 중 ‘내면’, ‘개인’, ‘일상’과 같은 기표들이 당대 ‘여성문학특집’ 기획과 관계한 바를 비판적으로 살핀다. 90년대와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흐름이자 새로운 현상으로 기억되는 ‘여성문학담론’이 문학 공론장, 문학 비평장의 90년대적 구별짓기 과정 속에서 문학적, 미학적 담론으로 구축된 사례 중 하나를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90년대 여성문학담론은 문학장 내부에서 지속적인 논쟁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사후적 판단에 따라 일정한...
본 논문은 『녹색평론』이 창간된 1991년 전후 무렵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이때부터 주로 근 10년간 김종철이 어떤 생태(주의)적 사유를 펼쳐나갔는지를, 그 자체로도, 또, 문학과 관계한 측면에서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김종철은 과학기술을 비판했고, 이를 추동하는 배경인 산업문화를 비판했다. 또한,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그 일환으로써 농업 중심 생활을 강조했다. 더불어, 이들 전체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으로 내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근대-자본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근대-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는 일반에게 김종철의 생태(주의)적 사유는 그저 공허하다고만 여겨질 위험성이 높았다. 그래서, 김종철은 나름대로 실천 방법을 제시했으나, 그것들이 정말로 진정한 대안일 수 있느냐는 분분한 논란거리였다. 바로 ...
이 글은 국가보안법이 분단문학에서 좌익2세 작가들이 아버지를 형상화하는 수준을 결정짓는 기율로서 기능해왔다는 전제 하에 87년 체제의 성립과 국가보안법의 개정이 문학(화)장에 야기한 파문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는 분단문학에서 아버지와 아들 중심의 관계가 더 이상 의미있는 소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소진이 「쥐잡기」를 통해 분단문학의 계보를 이어나갔다는 점에 주목하게끔 한다. 김소진에 이르러 분단문학은 비로소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아니라 끊임없이 아버지를 재현하는 아들,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때 김소진이 86세대라는 사실은 그의 문학이 수행했던 기억/문학의 정치성이 정체성 정치와 연동되어 있음을 짐작하게끔 한다. 87년 체제를 단순히 경제적 · 법률적 · 이데올로기적 · 공식적 제도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 비공...
조선 건국 이후, 도성에서는 동일 관청에 근무하는 관료를 중심으로 한 결집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이러한 모임은 ‘동관계(同官契)’ 혹은 ‘요계(僚契)’라 불렸으며 서울의 여러 관청에서 광범위하게 개최되었다. 15~16세기에 특히 융성하였는데, 다른 왕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조선시대 고유의 관료 문화였다. 계회 참여자들은 모임의 장면과 참여자들의 인적 정보를 기술한 계회도 및 계축을 제작하였으며, 당대 명사들에게 계회를 기념하는 시문(詩文)을 요청하였다. 때문에 이런 경위로 창작된 계회 관련 작품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조선조 관료 문화의 문화 코드 및 문학적 재현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사헌부(司憲府)를 한 사례로 들어 사헌부 계회 작품에서 사헌부 계회가 어떻게 재현되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계회는 사헌부의 신입 감찰이 신참례를 거쳐...
이 글의 목표는 1900년대에 유행했던 학회지의 역사적 의미를 ‘근대 지식문화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데 있다. 주지하고 있듯이 1900년대는 근대 지식문화가 정초되었던 때였다. 그런데 당시에 폭발적으로 발행되었던 각종의 인쇄매체에 대한 연구가 현재 방대하게 축적되어 있음에도 인쇄매체들의 주된 교환 방식이 시장경제 및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당시에 대표적인 학회지였던 『서우』를 대상으로 출판자본주의가 부재했던 한국에서 지식시장이 어떻게 부상할 수 있었는지를 검토했다. 이 글은 한국의 근대 지식문화를 새롭게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글은 ‘위안부’ 문제를 민족과 젠더가 긴밀하게 교차하는 지점인 후기 식민주의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현재진행형의 문제로서 일본 식민주의의 지속이자, 한국군 ‘위안부’와 기지촌 ‘위안부’와 같은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폭력과 동원, 착취가 이루어지는 식민주의의 변형된 잔재라는 인식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의 시각을 전면화한다.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후기 식민주의 시대에 수립된 민족 주체 구성 내부의 역학 관계 안에서 사유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특별히 해방 이후 탈식민화의 과정 속에서 민족국가 수립의 담론적 기획을 전개해 나간 국학의 지식· 학술장 안에 위치한 임종국의 『정신대실록』과 윤정모의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의 일본군 ‘위안부’ 재현양상을 분석함으로써 ‘위안부’ 피해 여성에게 증언의 언어를 주는 한편으로 침묵시키고, 그녀들의 경험을 재현하는 동...
이 글은 현기영 소설에 나타난 혁명의 정신을 밝히고 그 수준을 측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혁명의 정신은 내부적으로는 현존하는 법에 대한 판단을 포함하면서 외부적으로는 법의 극복을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기영 소설은 직ㆍ간접적으로 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혁명적 텍스트로 간주될 수 있다. 현기영 소설은 현존하는 법질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다가(70년대 도시소설), 현존하는 법에 대한 전복을 스스로 알지 못한 채 수행하고(70년대 4.3소설), 민중 항쟁과 같은 혁명적 상황을 다루는(80년대 역사소설) 방향으로 전개된다. 혁명의 정신은 저항의 방식을 예각화한 80년대 소설이 아니라 알지 못한 채로 저항을 수행한 70년대 소설에서 더 발견된다. 80년대 창작된 두 편의 역사소설은 혁명의 의장을 걸치고 있지만 혁명적 텍스트라 부르기 어려운 ...
이 글은 디지털 인문학 방법론에 근거한 한국문학 연구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 과정을 소개하는 연속 연구의 첫 성과이다. 이 글은 인문학 연구와 디지털 기술을 각각의 것으로 분리해 수용하는 시각에 거리를 두면서, 디지털 환경이 내포한 본질적 속성을 바탕으로 문학 연구를 재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였다. 그 과정에서 작가 윤동주를 구체적 대상으로 삼아 장기적인 데이터베이스 편찬 계획을 수립하고, 그 첫단계로서 온톨로지 설계 및 기초 데이터 입력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입력된 데이터를 그래프 데이터베이스(Neo4j™)로 구현해 검토한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온톨로지의 유효성에 대한 검증과 본격적인 데이터베이스 편찬 작업을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이와 함께 추후 계획하고 있는 연구 내용을 소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