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이 공부도 잘한다
분야
hwp‘한국, 공부는 잘하지만 부럽지는 않은 나라.’ 3주간의 동맹휴업이 끝난 후에도 우리 교육을 생각할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아이들의 성적은 OECD 가입국 안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며 똑똑한 아이들을 길러내는 한국을 부러워하는 나라는 없다. 공부를 잘하는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경쟁과 시험, 성적으로 줄 세워지는 삭막한 교육만이 우리가 살아가야할 길일까. 우리에게 진정한 지성의 탄생이 목표가 될 수는 없을까. 한가지, 현재 교육현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성교육이 우리 교육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인성교육과 공부, 두 가지 중 하나만 택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방법을 탐구해야 할 때이다.
인성과 공부는 공존할 수 있다. 수학 공부를 살펴보자. 모두가 수학의 중요성을 외치며 많은 돈을 투자하며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도무지 일상생활 속에서는 사용할 일이 없어 보이는 수학 공부를 왜 하는 것일까. 수학을 단순한 문제풀이, 대학에 가기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다. 오래 전, 서양의 수학자들이 수학을 공부하였던 이유는 수학을 통해 영혼이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명한 철학가 중에는 수학자가 많았고, 플라톤은 이들이 훌륭한 통치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수학은 감각에 의한 판단만으로는 충분한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수학은 더 많은 탐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탐구는 우리를 감각을 넘어 정신적이고 비 물질 적인 곳으로 인도하고 수양의 길까지 도달하게 한다. 플라톤이 원했던 통치자는 바로 이러한 수학공부를 통해 자신을 잘 닦아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의 이론은 현재 우리의 교육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수학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유뿐이라면 그 분야로 나아갈 학생에게만 수학 공부의 목표가 있을 것이다. 나머지 학생에게도 수학 공부의 목표가 존재하려면 플라톤의 정신을 본받아 수학 공부를 단순한 공식암기와 문제풀이가 아닌 충분한 탐구와 자기 수양을 위한 공부라고 여겨야 한다. 수학뿐만 아니라 언어와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문법을 공부하거나 어려운 단어만을 사용하며 말하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 진정한 언어 공부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충분한 경험과 긴 안목으로 언어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달달 외우기보다는 글자 하나하나를 느끼며 자신만의 느낌을 찾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언어교육이 각종 시험을 통한 당장에 얻어질 수 있는 실리와 연결되며 정신의 풍요로움과는 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만큼 언어,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위 주요과목이라는 과목들에 묻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예술교육에서는 더 많은 인성교육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예술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예술을 통한 자기반성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성교육이 될 수 있다. 물론, 객관적일 수 없는 예술에 잣대를 들이대며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아닌 그 안에 담겨있는 아이들의 느낌에 주목할 때 이루어 질수 있다.
인성과 시험은 공존할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많은 시간이 흐른 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서도 가끔 시험 치는 꿈을 꾸게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시험은 모두에게 두려운 존재이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도 시험 때문에 힘들어 했다고 하니 우리에게 시험이 어떠한 존재라는 것은 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시험은 왜 무서운 것일까. 흔히 다른 사람이 우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은 시험을 통해 누구는 뛰어난 학생으로 인정받고, 누구는 질타를 받게 된다. 시험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만큼 학생들은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주위의 친구들까지 경쟁자로 만들어버리는 시험 안에 인성 교육은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험의 원래 목적을 생각한다면 시험과 인성 교육은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최고의 교육 강대국 핀란드의 교실을 들여다보면 경쟁을 찾기가 힘들다. 핀란드의 어느 학급의 시험 날을 살펴보았더니 선생님이 힌트를 주기도 하고, 몇 번이고 고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부정행위로 간주할 일들이다. 핀란드와 우리의 시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시험 목적은 자기 자신의 발전이다. 시험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제대로 알고 넘어가는 것이 목적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다른 사람과의 경쟁은 필요가 없다. 핀란드에서 행해지는 것과 같은 자기 발전을 위한 시험이라면 이제 인성 교육이 들어갈 자리가 보인다. 시험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연스러운 자기 수양의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쫓으며 공부하고, 시험치고, 다시 경쟁하는 시험으로는 단순한 지식의 반복만이 있을 뿐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시험을 이용한다면 공부 잘하는 도덕적 인간이 될 수 있다.
인성교육으로도 경쟁력 있는 한국사회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여러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제철, 자동차 등 과학 기술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루어낸 성과는 눈부시고, 한국의 86퍼센트의 가정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정보 강대국의 위상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물질 생산 쪽 한국은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을 통해서 사람이 살만한 좋은 문화를 이루어내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긍정의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실용을 좋아하는 한국 사회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며 빠른 성장을 이루어 냈으나 결코 버릴 수 없는, 긴 안목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는 다른 모든 것들을 버렸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에서도 반영되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인성교육 보다는 당장 눈앞에 결과가 보이는 생산적인 과목에만 투자를 하였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명한 실용주의자 듀이의 말을 통해 이 사실을 한 번 더 확인 할 수 있다. 그는 ‘어린이 개개인이 스스로 배우고 활동하면서 도덕을 익혀 갈 것, 모든 교과가 도덕교육과 관련을 가질 것’을 주장하며 도덕교육을 중요시 여겼다. 실용주의자의 눈에 도덕교육은 결코 비효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덕교육을 끝까지 놓지 않고 간다면, 더 깨끗한 기업을 만들 수 있고, 이러한 이미지는 국제사회에서 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실용을 생각하고,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한다면 더더욱 소홀할 수 없는 것이 인성교육인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우리 사회에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인성교육을 생각하며 혀를 찬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며 지나칠 만큼 인성을 강조했던 지난날에 비해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인성 교육은 남아 있지 않다. 사라지고 있음에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다시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성과 공부, 인성과 시험, 인성과 국가 경쟁력.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기 보다는 두 가지를 함께 품에 안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교육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중학교 등 여전히 경쟁과 성적만을 강조하는 길로 가고 있다. 하루 빨리 시선을 조금만 돌려 인성 교육과도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공부도 잘하고, 부러운 나라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 참고문헌 :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이양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