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문 염상섭 삼대 비평 ★ 염상섭 삼대 줄거리 ★ 염상섭 삼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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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이 소설은 대지주인 조 의관은 봉건적 이고 집안의 제사와 가문의 명예를 키우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여기며 살아간다. 조 의관은 아들 조상훈이 집안일에는 무심하고 교회 사업에만 몰두해 집안의 돈을 빼돌리고 제사를 우상 숭배라고 반대하면서 돌보지 않는다. 그는 교회를 통해 교육과 사회운동에 큰 뜻을 두고 독립 운동가의 가족을 돌봐준다. 자신이 돌보던 운동가의 딸 홍경애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고는 무책임하게 버린 그는 결국은 축첩과 노름, 그리고 아편에까지 손을 대면서 부친의 재산을 탕진하게 된다. 조의관의 손자인 덕기는 착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재산을 후대까지 잘 지키려는 할아버지와 그에 반하는 아버지와의 틈에서 갈등한다. 조 의관은 부인과 사별 후 칠순에 서른을 갓 넘긴 수원집을 후처로 들여 네 살 먹은 딸을 두었다. 수원집과 최 참봉은 조씨 가문의 재산을 가로챌 욕심으로 조 의관을 독살한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죽음 직전에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덕기가 나타나 유산을 물려받게 되고 수원집과 최 참봉의 계획은 수포가 된다.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은 것에 분노한 상훈은 부친의 유서와 토지문서가 든 금고를 훔쳐 달아나지만 곧 경찰에 붙잡힌다. 덕기는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가문의 앞날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고민 한다.
“자네 가정은 흥미 있는 연구재료이네. 자네 조부의 죽음은 시대적의의가 있지.”
의 말미에서, 병화가 하는 말이다. 늘 그렇듯이, 적당히 비꼬고 적당히 공격적인 병화의 말투 뒤에서, 나는 염상섭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염상섭은, 병화의 뒤에서 병화의 얼굴을 가장하고, 자기의 말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작가의식에서 라는 작품이 등장한 것이 아닐까. 하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조부인 조의관의 죽음을 통해 구한말 가치관의 소멸을 얘기한 것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시대적 현실을 삼대에 걸친 하나의 가문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고.
는 염상섭의 대표작으로, 리얼리즘계열의 장편소설이다. 구한말 시대의 구세대부터 식민지 치하의 신세대까지, 세대의 교체와 가치관의 변화를 조덕기의 가문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동시에 조덕기와 조덕기 주위의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당대 식민지 치하의 삶과 사회주의의 동태를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는 크게 두 가지의 특징으로 정의될 수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를 읽으면, 그 당시 서울 중산층의 삶을 알 수 있다. 이는 가 그만큼 당대 현실을 핍진하게 반영하였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의 첫 번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는 그 당시 중산층 보수주의의 세계관을 드러내주는데, 에서는 당대의 시대적 대응정신이 삼대라는 세대를 걸쳐 갈등하는 양태로 드러난다. 이러한 의 거시적 구조는 그 자체가 가 사실주의 소설이라는 것을 말해주며, 염상섭이 냉철한 ‘작가의 눈’으로 당대의 사회를 관찰하고 묘사해 놓았음을 알려준다.
당대 사회는, 구한말의 가치관과 신식 가치관이 공존하던 시대였다. 이는 에서 명확히 드러나는데, 그 시절은 행랑아범과 유치원교사가 공존하고, 한의사와 양의사가 공존하며, 매당집이라는 기생집과 버스커라는 술집이 공존하는 시절이었다. 이처럼, 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당대의 현실을 묘사해놓았으나, 그 또한 한계도 있었다. 가장 큰 한계는, 가 중산층의 시각에서만 그려졌다는 것이다. 염상섭 그 자신이 작가이자 서울 중산층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는 중산층의 삶과 시각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행랑아범이나 필순과 같은 하층민이 작품 내에 등장하기는 하나 그들의 삶은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그들을 보는 시선 자체가 덕기의 시선이기 때문에, 중산층의 시선에서 그들을 해석하는 것이 된다. 결국, 는 당대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놓았다고 해도, 중산층의 시선에서, 중산층의 삶만을 그려놓은 것이 되는 것이다. 또한 한계는 이뿐만 아니다. 의 공간적 배경은 대부분 가정집이거나 카페, 술집, 식당 등이며, 그 외의 공간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 또한 가 묘사할 수 있었던 부분에 관한 한계를 시사하며, 동시에 작가가 가지고 있었던 공간적, 인식적 한계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한다. 허나, 라는 소설이 리얼리즘계열의 장편소설로서 큰 획을 그었으며, 치우쳐지지 않은 냉철한 인식으로 당대의 현실을 묘사해 놓은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의 문학사적 의의가 될 것이다.
에 나오는 인물들은 각기 그 나름대로의 전형성이 있다. 이들은 각자 반영하는 세대나 가치관이 있는데, 이것이 의 두 번째 특징이다. 예를 들어, 조의관은 구한말 시대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대표적으로 드러내고, 조상훈은 제2세대로써 개화기에 기독교와 신문물을 받아들인 개화사상가로서 묘사된다. 허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상훈의 좌절과 타락이다. 조상훈은 3.1운동의 실패로 인해 좌절하고, 이후 타락의 길을 걸으며 선구자로서의 입지를 잃는다. 그리고는 첩살이를 하고, 매당집을 드나들다가, 아편까지 하는 등, 타락의 절정을 겪게 되는데, 마지막에는 가짜형사들을 앞세워서 아들의 금고까지 털었다가 일본 경찰에게 붙잡히게 된다. 그리하여 덕기 앞으로 끌려온 조상훈에게, 일본 순사는 이렇게 말한다.
“조선이 왜 이렇게 되었소. 당신 같은 늙은이들 때문이 아니오.”
또다시, 염상섭이 등장한 것이다. 염상섭은 제2세대들을 다음과 같이 파악했다. 제2세대는 식민지 세대를 1차로 대응해야만 하는 세대였으나, 민족운동의 좌절로 당대의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에는 무력했다. 이러한 2세대들을 염상섭은 조상훈과 같이 묘사하면서 그들을 꼬집어 비판했던 것이다. 허나 동시에, 일본순사는 덕기에 관해서는 라고 묘사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는 또 무엇을 말한 것일까? 이는 염상섭이 이후 덕기를 동정자(심퍼사이저)라고 지칭하는 데서 알 수 있다. 동정자란, 구세대의 몰락 과정과 신세대의 적극적인 삶을 대비시키며 갈등해소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또한 동정자란, 좌익에 동정적인 경향을 보이며, 그들을 돕지만 함께 투쟁하지는 않는 인물이다. 이러한 시각은 덕기처럼 계층은 부르주아 계층이지만 사상은 프롤레타리아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에게만 가능한 것이며, 이러한 아이러니적인 시각으로 인해 오히려 덕기는, 그 시대 삶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덕기는 동정자로써 작가의 눈을 대신하는, 관찰자적 인물이 된 것이다. 아마도 염상섭은 덕기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제3세대로써,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로 파악했던 것 같다. 그러나 덕기는 마지막에 조의관의 생활방식과 돈과 관련된 역학관계를 그대로 답습하며, 주체적인 자기의 길을 걸어 나가지는 못한다. 이것이 바로, 회색빛 중간색을 가지고 있었던 동정자적 시각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