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닥터 이라부 관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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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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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연극 감상평
“버라이어티 메디컬~ 쇼!”
지금도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들며 함께 ‘쇼!’를 외쳐야 할 것만 같다. 는 100분이라는 관극시간 내내 정신없이 웃을 수 있었던 연극이었다. 그리고 그 웃음을 만드는 데에 배우들뿐만 아니라 관객인 우리들까지 참여하는 연극이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는 총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가 만나는 세 명의 환자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고민을 듣고 상상을 초월하게 독특한 방법으로 치료해주는 구성이다.
첫 번째 환자 강철근은 아스팔트파 행동대장의 직책을 갖고 있는 조폭인데, 날카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선단공포증을 앓고 있다. 두 번째 환자 이혜리는 스타를 꿈꾸는 도우미 모델인데, 자의식과잉으로 스토커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환상을 갖고 두려워하고 있다. 세 번째 환자 김선남은 항상 ‘착하다’는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스트레스에 지속발기증에 걸렸다.
이 세 환자들은 아주 극단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나는 연극을 보는 내내 심하게, 아주 심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종류와 정도는 다를지라도 현대인들은 누구나 약간의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계단을 오르내릴 때 마지막 계단은 꼭 오른발로 밟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그런 내가 이상해서 억지로 왼발로 마지막 계단을 밟아보고는 한다. 때문에 나는 ‘강박증’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연극이 더 재미있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김선남의 이야기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히 자기주장을 못 하고, ‘내가 참자’는 생각으로 항상 피해만 보고 사는 그의 모습이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을 위해서, 혹은 남들 때문에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신 있게 하라!’고 가르치는
닥터 이라부가 참 멋있었다. 참 우스운 방법을 취하는 캐릭터인데, 그 방법을 시도하는 밑바탕에 다른 사람의 고민을 이해하고 그 고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는 점이 나에게 감동을 줬다.
모든 인물들 중에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간호사 ‘마유미’였다. 눈을 부릅뜨고 다른 인물들과 관객들을 바라보며 모든 동작을 과하게, 대사를 소리치며 하는 예쁜 간호사가 처음에는 사실 무서웠다. 그런데 계속 보니 웃기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했다. 그런데 누가 뭐라든지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는 마유미가 조금은 로봇같이 느껴졌다. 혹시 마유미는 감정 없이 맡은 일만을 처리해야 하는 현대인을 형상화한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마유미는 내적 갈등도 보이지 않고, 무엇보다 자신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는 고집이 있다. 내가 재밌으라고 보는 연극을 너무 분석하려고 든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접고 그저 마유미를 귀여워하며 웃기 시작했다.
연극의 원작이 일본 소설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일본 소설이 연극의 원작이라는 것을 알고 가서 그런지 인물들에게서 일본의 느낌이 많이 났다. 특히 마유미와 이라부는 이름이 일본인 같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물론 한국 성씨 중에 ‘마’씨와 ‘이’씨가 있으니 한국인도 이름을 그렇게 지으려면 지을 수는 있겠지만, 그냥 듣기에는 일본이름이어서 그 두 인물이 일본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라부’라는 일본인 같은 이름을 ‘전주 이씨’라고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이라부는 ‘전주 이씨’ 가문에 먹칠을 했다며 엄마에게 혼나기까지 한 한국인이었다. 그 부분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언어유희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연극으로 각색하면서 많이 노력한 것 같았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개똥벌레’ 노래를 이용한 것이었다. 닥터 이라부가 김선남 에피소드에서 이혼한 전 부인에게 ‘이 개똥벌레 같은 년아, 아무리 우겨 봐도 친구가 없지?’ 라고 욕을 했는데, 그게 정말 웃겼다. 그리고 이런 웃음을 유발하는 소소한 대사들에서조차 연극의 섬세함이 느껴져서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