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동 ( Soo Don Jong ) , 도웅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동아시아불교문화[2013] 제14권 245~272페이지(총28페이지)
이 글은 여말선초의 사회적 격변기에 배불(排佛)에 맞서 불교를 대변 한 기화(己和)의 호불론과 유교인식에 관한 연구이다. 기화는 배불의 전 면에 섰던 정도전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승려로 배불론에 의해 억불 숭유 정책이 실현됨으로써 날로 불교의 입지가 위축되어가던 시기에 현정론(顯正論) 과 유석질의론(儒釋質疑論) 을 지어 유교와 불교를 회 통시키고 불교의 존재가치를 역설하였다. 그런데 그의 호불론은 몇 가 지 점에서 비판적으로 고찰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현정론 은 비판의 내용에 대한 문제들을 성격별로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여 대응함으로써 유학의 입장인지 불교의 입장인지가 명확하지 않는 점이 더러 있었다. 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폐단을 교리적인 측면으로 간주한 결과 실제 불교의 교리 역시 그러하다는 오해를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는 대목도 있다. 이러한 문...
본 논문은 以前 思想의 融合과 分化라는 기본적 관점에 의거하여, 화엄사상의 성립을 印度 佛敎思想에 대한 中國의 初期 연구사에 이어지는 동아시아 불교의 2차적 반응이라는 측면과 韓國 華嚴思想 특유의 경향 성이 형성되는 과정이라는 측면의 두 가지 관점에서 검토한 것이다. 검 토의 과정에서 주로 대상이 된 것은 智儼, 元曉, 義湘, 法藏이라는 네명 의 華嚴家들이 사상을 융합하고 다시 분화시켜 나가는 키워드들이다. 그 결과 한국 화엄사상에 보이는 몇 가지 특징적인 경향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원효의 화엄사상은 지론종 교학의 활용에 소극적인 점, 『대승기 신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 그리고 신유식학에 대한 반응이 적극 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지엄과 원효의 두 스님 모두 섭론학을 적극 활용하고, 삼계교의 영향에 긍정적...
법안(法安)의 ‘해십지의’(解十地義)는 5세기말 중국 화엄사상을 반영 하고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법안의 ‘해십지의’는 십지와 번뇌(煩惱), 십 지와 지혜(知慧), 십지와 각오(覺悟)의 관계에 대해 해석하고 있다. 십지 와 번뇌의 관계에 있어서 법안은 수행자는 십지 수행 중 각각 ‘견제혹 (見諦惑)’, ‘사유혹(思惟惑)’과 ‘무명주지혹(無明住地惑)’에 대치해야 한다 고 보았다. 그러나 『불성론(佛性論)』 등에 따르면 이러한 번뇌는 아라한 등(阿羅漢等)이 대치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법안이 이해한 ‘십지’의 수행 주체에는 대승(大乘)의 보살(菩薩)뿐 아니라 소승(小乘)의 아라한등까 지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십지와 지혜의 관계에 대해서 법안은 수행자가 십지 수행 중 각각 ‘의인(依忍)’, ‘순인(順忍)’, ‘무생법락인(無生 法樂忍)’과 ‘무...
인간을 비롯한 일체생류의 삶과 죽음이 이처럼 도식화될 때 우리의 가슴은 무겁기만 하다. 이생에 닥칠 한 번의 죽음도 그토록 두려웠는데 끝없이 받아야 할 나고 죽음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나아가 다섯 근간(五蘊)을 주축으로 삼는 인간은 나고 죽는 것 외에 도 병과 늙음 및 대인관계·사회생활을 통하여 언제나 숱한 ‘괴로움(苦, duhkha)’을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할 때 인간의 괴로움은 자유로운 여섯 계층(六界) 의 일시적·부분적 ‘형체’를 나라고 집착하는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아 집의 존속을 위해 떨어진 상·하 두 존재를 하나의 개체로 ‘합쳐 올림 (集起)’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합쳐 올라 하나의 개체를 고수하며 괴로움을 야기하는 형체· 느낌·생각·결합·식별 등의 다섯 가지 근간(五蘊)을 ‘멸함(滅, nirodha)...
이 논문은 『금강경』제5장에 관한 여러 주석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 로 한다. 『금강경』은 동아시아문명에서 널리 독송된 경전이다. 이 경전 에 대해 많은 주석서들이 존재한다. 이 들 주석서 가운데 8명의 주석가 들이 유명하다. 8명의 주석가는 다음과 같다. 아상가(無着), 바수반두(世親), 바즈라르쉬(金剛仙), 카말라쉴라(蓮華戒), 길장(吉藏), 종밀(宗密), 혜능(惠能), 야보(冶父) 등이다. 앞의 4명의 주석가들은 인도불교의 논사 이며 뒤의 4명의 주석가들은 중국불교의 논사이다. 그런데 4명의 인도 불교의 논사들과 중국불교의 길장과 종밀은 상을 파악하는 주체의 밖에 서 파악하는 반면, 혜능과 야보는 상을 파악하는 주체 안에서 파악한다. 결국 전자는 相을 외재적으로 이해한 반면, 후자는 相을 性 안에서 이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학작품은 작가의 또 다른 자아이며 독자는 그 자아에 공명하는 것이 책읽기라 할 수 있다. 최인훈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으로 월남하여 남한에 정착한 작가이다. 한국현대사 자체가 그 삶의 현실이었다. 따라서 하나의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며, 『광장』은 그것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 인공이 일제 때 북한에서 태어나 광복 후 남한으로 내려오고, 다시 월북 하여 북한 정치체제를 체험한 후 한국전쟁 때 인민군 포로로 잡혀 있다 가, 휴전 당시 중립국을 선택하여 인도로 가는 배안에서 사라지는 줄거리가 바로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현대사의 비극과 이데올로기적 사변으로 점철되어 있으나, 한국사의 과정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추적하는 것이 소설의 관념적 얼개를 이룬다. 그 정체성의 한 뚜렷한 면모가...
아포하론은 인식의 대상이 되는 존재의 범주 중 특히 ‘보편자’의 실재 성을 부정하는데서 오는 인식론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이다. 이를 위해 디그나가는 보편자를 지시한다고 가정되는 언어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그로 인해 보편자의 비실재성 또한 밝히고자 했던 것이다. 낱 말은 ‘타자의 배제’에 의해, 즉 그것의 지시대상으로 구성될 수 있는 것 외의 것들을 모두 배제함으로써, 그 내용을 부정적으로 구성한다. 따라 서 언어는 항구적이고 불변하는 보편자가 아니라 타자의 배제를 지시하며, 의미의 보증자로서의 보편자의 존재는 부정된다. 소쉬르는 ‘명명법’(nomenclaturism)적 언어관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언어는 세계와 분리된 자립적인 체계이며 자체의 의미작용 의 질서를 가지는 독립적 질서이다. 기호의 의미는 언어 체계 내에서 각 각의 기표들...
본 연구는, 동양사회를 연구함에 있어서 ‘베버의 동양사회론’은 반드 시 검토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 하에, 막스 베버의 ‘등가물’ 즉 서구 의 구원종교를 기초로 만들어진 잣대가 아닌 그리고 그런 점에서 동양 사회의 부재(不在) 잣대가 아닌 동양사회 내재적(內在的) 종교성의 잣 대를 사용하여, 자본주의 기원의 문제와 최근 동양사회의 발전의 문제를 동시에 논의해 봄으로써, 베버의 동양사회론 비판을 시도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베버의 동양사회론을 담고 있는 『힌두교와 불교』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베버는 동양사회의 종교, 그 중에서도 특히 힌두교와 불교가 지닌 신비주의적 성격과 주술적 성격이 평신도의 생활영 위를 합리적으로 전환하는데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주술의 정원으로 둔갑시켰고, 그러한 종교성 및 종교문화로부터는 서구 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