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연 ( Sang-youn Han )한국현대유럽철학회, 현대유럽철학연구[2016] 제41권 131~170페이지(총40페이지)
이 글의 주목적은 하이데거의 기초존재론이 윤리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초존재론의 윤리적 성격은 특히 현사실성 개념에서 잘 드러난다. 이 글의 논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하이데거는 현존재를 그 자신의 실존을 위한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존재자로서 파악한다.
2. 그 자신의 실존을 위한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현존재의 현사실성은 현존재의 근본 의미가 책임-있음임을 드러낸다.
3. 현존재의 근본 의미로서의 책임-있음은 세계 안에 내던져진 존재로서 현존재가 지니는 본래성과 비본래성의 역동적 관계에 근거해 있다.
4. 이미 세계 안에 내던져진 존재자로서 현존재는 동시에 존재 자체의 본래적 의미를 회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존재자로서 파악되어야 한다. 그 존재론적 이유는 현존재의 실존이 바로 존재 자체의 드러남의 근거이기 때문이...
철학상담은 삶의 전환기나 개인적인 총체적 위기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기존의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의 대안으로 제공되어 왔다. 본 논문은 이러한 철학상담의 한 갈래로서 ‘세계관해석’에 주목하고자 한다. 먼저 2장에서는 세계관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기존의 치료적 접근에 대해 알아본다. 오늘날 영어권에서 철학상담을 전개하고 있는 라하브의 ‘세계관해석’에 대해 살펴본 뒤, 상담의 인지적 모델, 즉 인지치료와 합리정서행동치료에서 세계관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3장에서는 철학상담과 심리치료 및 상담의 인지적 접근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세계관검토’의 공통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는 ‘소크라테스 대화’에 주목한다. 한편으로 ‘소크라테스 대화’에 근거하여 상담의 인지적 모델과 철학적 대화의 차이점을 밝혀내고, 다른 한편으로 ‘소크라테스 대화’의 한 형태로서 ‘세계...
이 글은 『그리스도교 교양』 IV권에 나타난 아우구스티누스의 수사학을 비신학적 입장에서 탐구하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의 진리를 가르치고(docere) 전달하려는(profere) 종교적 목적을 위해 기존의 수사학적 기술을 재규정하여 사용하고자 하였다. 즉 아우구스티누스의 새로운 수사학적 패러다임은 변증법적이고 신학적인 입장에서 그리스도교 진리를 전파를 위해 고전 수사학의 기술을 재정립한 시도이다. 기존의 수사학을 기독교적 목적을 위해 변용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수사학이 어떤 점에서 고전 수사학과 다르고, 어떤 점에서 새로운 시도인지 해명하는데 이 글의 주된 관심이 있다.
이 글은 그의 수사학의 배경을 고찰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교양』 IV권을 중심으로 그의 수사학적 이론을 분석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런 탐구를 통해 그의 수사...
덴마크의 철학자요 신학자인 키에르케고어는 기독교 안에서 자신이 살고 죽을 진리를 발견한다. 그의 짧은 인생의 마지막 해에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기독교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사실상 키에르케고어의 삶과 사상에 일관되는 종착점임을 규명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키에르케고어 말뭉치를 읽는 쉽고도 유용한 독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기독교와 기독교세계 공격과의 연관성 안에서 키에르케고어 저작들을 읽는 것이다.
키에르케고어는 자기시대와 그 이후 세대에게 기독교적인 정직함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의 삶은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일평생 추구하는 과정이다. 키에르케고어에게 외톨이(the single individual)가 된다는 것은 가장 진실하게 자기 자신을 하나님과 관계 맺는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외톨이는 기독교세계의 문제를...
이 글은 딜타이의 해석학 구상을 그의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비교심리학에 관하여」와 「해석학의 탄생」을 토대로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딜타이 해석학에 대한 해명의 열쇠는 두 가지 주제와 관련이 있다. 첫 번째 주제는 딜타이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심리학 연구들과, 일반적으로 딜타이의 후가 사상을 간주되는 해석학적 사유의 관계에 대한 질문과 연관된다. 두 번째 주제는 슐라이어마허 해석학의 비판적 수용과 딜타이의 해석기예론(Kunstlehre der Interpretation)과의 관계를 다루는데, 딜타이의 기예론은 원칙적으로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적 사유를 토대 형성된 것이다. 전자는 딜타이 사고세계에서 소위 ‘심리학적 연구에서 해석학적 사유로의 전환’과 연관된 논쟁을 최종적으로 해소하게 하며, 그를 통해 딜타이 철...
본 연구는 메를로-퐁티의 살적 존재론 안에도 이성 개념이 함축되어 있음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록 메를로-퐁티가 전개하는 이성이 고전적 근대 철학이 규정하는 이성과 다르고, 그의 고유한 개별 주체들의 상호주관성은 근대적인 보편 주체의 자리를 대신하지만, 그는 이성도 주체성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보다 외연이 확장된 이성과 주체성을 주장하며, 그러한 확장의 운동 자체를 초월성의 운동이라고 부른다. 그에게 초월성이란 신의 초월성도 아니고 가능한 역사의 목적으로서의 초월성도 아니다. 그것은 고유한 주체가 자기를 넘어서 세계와 갖는 관계의 운동 속에, 그리고 자아와 또 다른 자아가 각자 자기를 넘어서서 타자로 향하는 운동 속에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성의 한계를 넘어서고 이성을 확장시키기 위해 공간의 은유가 필요했는데, 이것이 그의 살적 존재론이다....
김선규 ( Sun-kyu Kim )한국현대유럽철학회, 현대유럽철학연구[2016] 제40권 159~186페이지(총28페이지)
이 논문은 단토의 예술종말론에 나타난 내러티브의 전개양상을 추적하고자 한다. 단토에 따르면 예술의 역사는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러한 귀결을 가능하게 한 것은 ‘내러티브’ 개념이다. 여기서 내러티브는 다양하게 존재하는 양식들을 통일적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서술의 원리’를 의미한다. 내러티브는 ‘자기 정당화’를 추구하는 서사의 원리로서 예술가들의 실천을 규제해왔다. 단토에 의하면, 서양미술사에서 존재하던 바자리의 내러티브와 그린버그의 내러티브는 1960년대 컨템포러리 미술에 이르러 종결되었다. 이것이 단토가 말하는 ‘예술의 종말’이다. 즉 종말의 선언은 예술의 자유에 대한 선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워홀의 <브릴로상자>이다. 워홀의 작품은 예술을 규정하던 정체성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 글은 미술사에서 내러티브가 확립되...
본 논문은 인간을 세상으로 이어주는 매체의 메커니즘이 분야마다 어떻게 다른지를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오히려 본 논문에서 필자는 상이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다양한 매체이론들의 공통 전제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 매체의 원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인간을 세계로 이어주는 매체의 근원적 출발점은 무엇인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이래로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매체의 인류·문화적 변화과정은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디지털 매체로의 이행은 인쇄 매체에서 온 것이지만,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기원전 700~500년)에 이미 구두 매체로부터 문자 매체로의 이행과정이 존재했다. 문화·역사적으로 문자 매체에 방점을 찍은 발터 옹과 얀-알라이다 아스만은 이 지점에서 인간의 구두적 의사소통능력이 야생적이고도 원시적인 의사소통방식과 구분된다...
이 글의 목적은 철학이 의학, 특히 정신의학과 만나 학제간의 대화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으며 거기에서 어떤 융합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M. 보스의 현존재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서 여기에서는 하이데거와 보스가 참여하여 그러한 대화를 모색한 졸리콘-세미나를 소개하고 거기에서 다루어진 중심주제들을 논의할 것이다. 주제로는 자연과학적-기술적 세계관에 기초한 의학 비판, 빈스방거의 하이데거 수용에 대한 비판과 연관된 의학과 철학의 존재론적 차이, 병과 건강에 대한 철학적 이해, 자연과학적 심신이론에 대한 비판과 신체에 대한 현상학적 이해, 공동존재에 기초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다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논의에서 한편으로 자연과학에 편향되어 있는 의학을 비판하고 의학의 주요개념들에 대한 이론적 정초를 위한 ...
본고의 목적은 철학상담의 새로운 영역으로서의 중독을 철학적으로 고찰해보는 것이다. 중독은 현대의 고유한 문젯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문제의 해결은 전적으로 치료자들에게 맡겨져 있고, 그들은 중독을 하나의 뇌질환으로서 이해한다. 그러나 치료자들의 치료는 환자에 국한된 것이므로, 중독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대에 이르러 사람들은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다. 그들은 시간을 없애버리려 시도한다. 중독은 그러한 시도가 극단에 이른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근거가 되어줄 하나의 동일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