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현대 한국어의 ‘상거래 동사’ 語彙場의 한 부분을 이루는 ‘사고팔다’ 類 동사들 중, ‘매매하다’, ‘거래하다’, ‘흥정하다’ 세 단어가 통시적으로 겪게 된 변화를 기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들은 개별 단어 그 자체로 많은 변화를 겪었을 뿐 아니라, 동의어 경쟁의 “판” 안에서 경쟁을 하고 또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서 다른 단어의 의미를 변화시켰다. ‘매매하다’가 중국어 및 일본어가 한국어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단어라면, ‘거래하다’는 한국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그 의미가 변화한 단어이다. 한편 고유어 ‘흥정하다’는 통시적으로 의미 외연의 축소를 겪게 되었는데, 이 글에서는 ‘흥정하다’의 의미 외연 축소가 일어난 원인을 한자어 ‘매매하다’, ‘거래하다’와의 동의어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다.
김유범 ( Kim Yupum )구결학회, 구결연구[2018] 제40권 5~27페이지(총23페이지)
국어사에서 고려시대는 고대국어의 모습과 15세기 이후 중세국어의 모습이 모두 투영되어 있는 시기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음운사와 관련해 그 직접적인 증거를 보이기는 어렵지만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 오는 시기는 음운 변화의 격동기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본고는 고려시대 음운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살펴보고, 고려시대의 언어를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자료인 고려가요의 음운론적 특징을 고찰하였다. 언어의 구전과 문자로의 정착이라는 차원에서 흥미로운 모습을 보이는 고려가요는 /ㅸ/과 /ㅿ/의 존재 가능성, /ㆁ/의 존재와 분포, ㄱ탈락 및 ㄹ탈락 현상 등과 관련한 음운론적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고려시대 당대의 언어 모습과 문자로 정착될 당시의 언어 영향을 구분하고 문법사와 어휘사에 대한 연구 성과를 접목하는 것이 고려가요에 대한 음...
김지오 ( Kim Ji-oh )구결학회, 구결연구[2018] 제40권 29~67페이지(총39페이지)
이 글은 고려가요에 나타난 특이 형태들을 정리ㆍ소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형태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해결 방안도 모색해 보았다. 먼저 비존칭 주어에 호응해 나타나는 주체높임의 ‘-시-’의 문제는 시점전이의 관점에서 이해해보았고, ‘-고시-’의 문제에 대해서는 석독구결의 ‘-□□-’과 연결시켜 보았다. ‘-□-’의 경우 청자존대로 변화한 형태들이 이미 고려가요에서 확인되고 있으므로 ‘-□-’이 존대 객어를 설정해야 하는 절대적 지표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하였으며, 의문형으로 알려진 <정읍사>의 ‘-신고요’는 석독구결에 나타난 배경의 연결어미 ‘-□ □ (ㄴ여)’, 즉 ‘-시곤여’의 와전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호격조사가 종결어미의 존대 등급과 일치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석독구결 자료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남을 지적하여 이것이 고려시대 언어의 한 ...
이용 ( Lee Yong )구결학회, 구결연구[2018] 제40권 69~94페이지(총26페이지)
고려가요에는 아직도 제대로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어구들이 남아 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석독구결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여 이러한 어구들의 해석에 적용해 보고자 하였다. 이에 ‘-고시라’, ‘-(이)여’, ‘-져’, ‘-은뎌’를 가진 어구들을 다루어 보았다. ‘-고시라’는 ‘-고-/선어말어미+-시-/선어말어미+-라/명령형어미’의 구성으로 파악하였다. ‘-(이)여’와 관련해서는 명사 나열과 도치구문에서 후치된 성분에 나타나는 두 가지 용법이 있었다. ‘-져’는 동사 나열에 쓰이는 것으로 기존에 원망형으로 보기도 했는데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석독구결에 접속 기능의 ‘-은뎌’가 나타나는데, 이를 고려가요의 ‘디내와손뎌’의 해석에 적용해 보았다.
박재민 ( Park Jaemin )구결학회, 구결연구[2018] 제40권 95~125페이지(총31페이지)
본고는 고려가요에 나타난 난해 구절들을 주로 문학적 자료를 통해 해석한 결과물이다. 그간 고려가요의 해석은 크게 두 가지 방면에서 이루어져 왔다. 어학적 접근과 문학적 접근이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석의 많은 진전을 이루어 왔지만, 근래에는 이 두 학문이 분리되면서 서로가 서로의 자료를 잘 활용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본고는 이 두 시각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시도로서, 어학적 논의 공간에 문학적 자료들을 제시하여 통합적 논의를 촉발해 보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대상은 <정석가>에 나타난 ‘딩아 돌하’라는 구절이다. 그간 문학적 연구에서 이 구절은 악기와 연관된 말일 것이라는 추정들이 있었다. 그러나 어학적 연구에서 이 설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다. 본고는 조선시대 초기의 문화적 관습과 관련된 자료를 통해 이 구절이 ‘쇠종’과 ‘...
문자가 없었던 시기는 물론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漢字, 吏讀를 사용한 表記의 傳統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런데도 한국의 문자생활사와 관련된 연구의 대부분은 한자와 한글의 이중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20세기 초까지도 이두가 國漢混用文 못지않게 공문서와 실용문에 널리 활용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17세기~19세기에 걸친, 300여 년 동안의 기록 문인 『推案及鞫案』에는 전체적으로 한문과 국문 구조가 혼합된 이두와 한글 표기가 혼재되어 있다. 본고는 國漢混用文에 치중되어 있는 한국의 문자생활사 연구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여 『推案及鞫案』의 표기 문자의 의의와 특징을 살펴 국어학계에 『推案及鞫案』의 연구 가치를 소개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한다.
『推案及鞫案』의 한글 표기가 갖는 의의는 한자 표기 중심의 문헌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는 데...
이 글은 ‘ㄹ’ 말음 용언 어간과 으-계 어미와의 결합의 변화를 관찰하여 기술한 후 변화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5세기 한국어에서의 ‘ㄹ’말음 용언 어간과 으-계 어미의 결합형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으’를 탈락시키는 것이며(‘-은, -을, -으니, -으며’ 등), 다른 하나는 ‘으’를 탈락시키지 않는 것이다(‘-으시-’). 근대 한국어 시기를 거치면서 전자는 ‘으’를 탈락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후자는 ‘으’가 탈락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 전자의 원인은 자음 말음 용언 어간의 패러다임에 유추된 후 ‘ㄹ’ 말음 용언 어간의 패러다임이 평준화된 것으로, 후자의 원인은 선어말 어미 ‘-으시-’와 ‘-□-’의 배열 관계의 혼동 및 변화(-□시->-시□->-으시-)에 따른 활용에서의 화석형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조선시대에 사용된 이두학습서를 개관하고, 일본 東京大學의 小倉文庫에 소장되어있는 『公私恒用錄』에 합철된 <吏文雜例>를 소개하였다. 『공사항용록』은 조선 후기의 행정문서 서식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유서필지』가 이두문의 공사(公私) 문서 학습을 위한 胥吏들의 교재였다고 한다면, <이문잡례>는 兩班 士大夫들을 포함하는 계층의 公私 文書 學習을 위한 교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吏文雜例>는 각각의 법전 등에 제시된 공문서의 형식을 모아놓은 규식집이며, 『이문잡례』 이본 간의 표기 차이를 살펴본 결과, 『경리잡설』 및 『유서필지』 등과도 표기차를 확인할 수 있다. 합철된 다른 책들을 함께 고려할 때, 필사 시기는 『전율통보』 초고본(1761)보다 나중인 18세기 말에서 19세기초 사이로 추정되며 필사본 『이문잡례』는 목판본 『이문잡례...
遇敵歌는 향가로 이름이 난 永才스님이 만년에 南岳에 은거하러 가던 중 도적들을 만나 겁박을 당하매 이 노래를 지어 그들을 감동시켜 함께 지리산에 들어갔다고 하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향가 가운데서도 해독이 극히 어렵다. 缺落된 글자들이 있고 중세어에는 없는 고대어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와서 釋讀口訣과 吏讀 자료가 발굴되고 해독되면서 이 노래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리었다. 이 노래는 10句體로 전4구는 永才 자신이 은거하러 가는 수도자임을 말했고 후4구는 도적들이 착한 郎徒가 될 수 있음을 말한 다음 결구에서는 우리들이 쌓은 善의 공덕이 큰 것이 못됨을 말하여 도적들이 삶의 가치를 새롭게 반성할 수 있게 한 노래이다. 이 노래에 나타난 고대한국어는 ‘只 將來/기 가지□’, ‘去遣省如/가고소다’, ‘內於/아어’, ‘吾音之叱/우리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