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미 ( Han Soon-mi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연구[2016] 제52권 257~303페이지(총47페이지)
이 글에서는 나무-몸-시체, 이 삼각 구도를 오월 전후에 지속된 역사 폭력을 사유하는 근본 형식으로 삼으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오월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작가 임철우, 공선옥, 한강의 최근 작품들에서 역사 폭력이 남긴 고통의 잔해를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를 읽고 증언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는 시도이다. 증언은 일차적으로 눈, 귀, 입을 비롯한 몸의 감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보는 자, 듣는 자, 말하는 자를 전제한 발화 행위로 이해된다. 여기에서 출발해 우리는 증언이란 무엇이며 증언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출할 것이다. 이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문, 이야기, 소리, 노래, 유령, 환상 등은 기나긴역사 폭력의 흔적을 증언하는 장치들이라는 점에서 주의 깊은 독해를 요구한다. 소설 속의 증언은 증언과 사유의 영역을 넓힌다. 5.1...
베트남 언어문화 특성 중 하나는 일상의 언어활동에서 많은 성어(Thanh ngu)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성어는 베트남의 언어생활을 풍요하게 할뿐 아니라, 언어문화의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성어는 오랜 기간 동안 민중의 언어로 형성되어 온 까닭에 언어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가치가 매우 커서, 그것을 통해 베트남 민족의 의식을 탐구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언어문화의 특성은 한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아일상의 언어생활 속에 많은 관용어와 사자성어가 사용되고 있다. 한편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의 뿌리를 중국에 두고 있어서 언어문화와 민족의식에 있어서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두 나라 간 성어를 비교 분석하는 것은 두 나라의 언어문화와 민족의식을 비교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안영탁 ( Ann Young-tak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연구[2016] 제52권 335~358페이지(총24페이지)
이 논문은 『中庸』의 첫 장에 나타난 天命과 性, 道, 敎를 人性美의 근원과 儒家美學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을 연구목적으로 한다. 인간의 性은 天이 인성에 드러난 것이고, 천의 본질은 순선함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곧 인성의 본원이며, 근원이 되는 것이다. 『中庸』은 유학에 있어서의 인간심성의 도덕철학이며 삶의 철학이다. 왜냐하면 ‘天命之謂性’이라는 명제에서 인간본성의 시원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일상과 이상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의 도덕적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순선한 인성에서 발현한다. 이러한 인성에서 인간의 도덕의식이 함양되는 것이다. 인간의 도덕적 인성미는 天理를 따르고 사욕을 절제하는 도덕수양에 의하여, 일상에서의 도덕행위로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인간의 인성미가 도...
인지향상약물은 인류 전체적인 차원에서 많은 잠재적인 가치를 가지는 과학기술적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것은 의약학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되지 않고 그 사용도 자유롭지 않다. 사회 철학적 시각에서 그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전망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인지향상약물이 아직 공식적으로 승인되지 않는 하나의 유력한 이유는 인지향상약물 자체의 특성보다도 그것을 부정적으로 이미지화하는 능력주의 사회의 구조와 운영원리에 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능력의 차이에 따른 차등적 분배가정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 구성원들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지만, 그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약물인지향상이 경쟁의 규칙을 위반하는 부정행위로 간주되며, 인지향상약물이 부정행위와 연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이...
김남석 ( Kim Nam-seok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연구[2016] 제52권 389~425페이지(총37페이지)
동양극장은 1935년에 창립하였다. 처음에는 대관 공연을 위주로 극장을 운영하였지만, 이내 전속극단의 창립에 주력하게 된다. 동극좌와 희극좌는 청춘좌와 함께 동양극장의 전속극단으로 설립되었다. 동극좌는 사극을 주로 공연하는 극단이었고, 희극좌는 희극을 주로 공연하는 극단이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서는 동극좌와희극좌에 대한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극단은 단명했고, 또 주요 작품을 산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극단은 동양극장의 운영 정책을 보여주는 주요한 사례이며, 전속극단의 운영을 통해 대중극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숨은 정책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였다. 동양극장은 두 극단을 통해 신작레퍼토리의 활용, 유료 관객의 창출, 극단 경쟁/균형 효과 등을 창출했다.
이승권 ( Lee Seung-kwon ) , 양희주 ( Yang Hee-ju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연구[2016] 제52권 427~453페이지(총27페이지)
본 연구는 2014년에 시작된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의 의미와 문화도시 전략을 살펴보는 글이다. 동아시아 3개국이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기로한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이러한 사업이 아시아인의 삶에 영향을주고, 아시아 문화공동체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지향해야 할 바를 합의하고 이에 상응하는 미래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2014년에 진행된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을 살펴보면,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이 지향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문화도시 전략을 제시하였다. 광주에는 원형이 잘 보존된 선사시대의 철기 유물이 존재하지만 광주는 이것을 활용하지 못했고 질곡의 근대사를 거치면서 역사문화유산도 많이 상실하였다, 그럼에...
이철승 ( Lee Cheol-seung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연구[2016] 제52권 39~63페이지(총25페이지)
‘Philosophy’에 대한 번역어로서의 ‘철학(哲學)’ 용어는 일본사람인 서주(西周, 니시 아마네)에 의해 전통철학의 배제와 근대 서구중심주의적인 문명관을 반영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근대전환기에 한ㆍ중ㆍ일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사상계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현대 한국의 철학 1세대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서양식근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서양과 일본에서 유학하고, 일부는 경성제국대학 철학과에서 공부하였다. 경성제국대학의공부 시스템은 동경제국대학을 모델로 삼고, 동경제국대학은 서양의 선진적인 국가의 교육 시스템을 모방하였다. 또한 경성제국대학은 조선의 식민화를 공고화하기위한 일본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였다. 이 때문에 경성제국대학 철학과의 주요 교과목 역시 현실 문제와 비교적 관련...
‘전후’라는 시대구분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본과 달리 오키나와에서 전쟁이 끝난 후로서의 전후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메도루마 슌은 이를 ‘전후 제로년’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이는 군사기지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폭력과도 관계있다. 대표적인 오키나와 문학자로 여겨지는 메도루마 슌의 작품 『무지개새』는 오키나와에 존재하는 이러한 폭력적인 현실을 한 소녀와 그녀를 둘러싼 좁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보여준다. 1995년에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소녀 폭행 사건과 이로 인해 촉발된 대대적인 기지 반대 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타인이 겪은 폭력으로 인한 외상적인 경험을 자신의 것처럼 끌어안는 데 따르는 신체적인 아픔을 그리는 동시에,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한 반응으로 터져 나오는 폭력이 바로 이러한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말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
김윤경 ( Kim Yun-kyeong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연구[2016] 제52권 65~103페이지(총39페이지)
본 논고는 한국 근대 양명학과 조선학 운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정인보와 중국의 국학대사로 일컬어지는 장병린의 주체론을 비교분석하여 상호연관성을 검토하고 근대전통학문의 역할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인보와 장병린의 주체론은 각각 ‘저는 저로서 함’과 ‘자기에게 의지하지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다(依自不依他)’라는 명제로 집약되며, 이는 모두 자기는 자기답게 진정한 주체를 확립하고 주체다운 삶을 실현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두 명제의 취지가 동일하고 정인보가 장병린의 논설을 인용했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점을 가지고 정인보가 장병린 주체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依自不依他’는 임시적인 幻我를 초월하여 無我를 증득함으로써 주체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혁명을 주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저는 저로서’는 주체...
김현우 ( Kim Hyon-woo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연구[2016] 제52권 105~129페이지(총25페이지)
현재 우리가 ‘전통 유교의 경세학적 변용’으로 자주 사용하는 ‘실학’ 개념은 실제로는 1930년대 최남선 등의 정의의 연장선으로, 전통 유교에서 사용했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원래 이 개념은 현재와 같이 단순히 경세학만을 의미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근대 전환기 ≪황성신문≫의 ‘실학’ 인식을 통해 이러한 변화에 담긴 철학적 의의와 한계를 추론하고자 한다. ≪황성신문≫은 창립시부터 문명개화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러나 창립 초기의 문명개화는 단순히 서구 문명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전통 유교나 한국의 합리적 전통도 서구 문명과 연결시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실학’에는 서구 문명과 더불어 전통 유교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1905년 을사늑약이후에 서구 문명이 보다 강화되었다. 그 결과 을사늑약의 원인을 미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