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부끄러움(또는 수치심)을 정치적 자유주의의 입장에서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는 마사 너스바움의 이론적 논의를 주로 검토하는 한편, 그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부끄러움의 사회적 성찰성을 사고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시론적인 성격의 글이다. 특히 부끄러움의 감정이 좋은 삶을 구상하기 위한 비판적 기획의 원리적 토대로서 가능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기 위해 게오르그 짐멜, 에릭 호퍼, 우카이 사토시, 프리모 레비, 질 들뢰즈 등의 이론적 논의들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가치중립적이거나 사회역사적 맥락이 소거된 ‘부끄러움’ 일반이 아니라, 복잡다기한 현대 사회를 규정하고 구조화하는 문제적 범주로서 부끄러움의 감정을 맥락화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형중 ( Hyoung Joong Kim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감성연구[2016] 제12권 31~59페이지(총29페이지)
이 논문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바디우가 말한 ‘사건’(eventment)으로 규정하고 이 사건에 대해 한국문학이 어떻게 대응해왔는가를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세월호 참사는 그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국가나 법과 같은 ‘근거’(ground) 들을 모두 의심에 부치도록 만든 사건이었다. 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참사 이후 한국문학은 일종의 다변적 실어증을 앓고 있다. ‘사건’은 재현 불가능한 형태로 발생하고 그래서 항상 문학의 재현능력을 무력화시킨다. 그러나 유럽의 ‘수용소 문학’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것처럼, 문학은 언어적 재현이 불가능한 대상을 어떻게든 언어화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압박 속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본고에서는 문학의 ‘기억술’이라 명명했다. 한편 참사 이후 순문...
박찬모 ( Chan Mo Park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감성연구[2016] 제12권 61~96페이지(총36페이지)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렇지만 통시적으로 그 기술적 속성이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방정환의 「깨여가는 길」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이 용어는 일본어 ‘아카(アカ)’의 역어로, 정치적ㆍ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투쟁하는 ‘主義者’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염상섭의 『효풍』과 채만식의 「도야지」에서 ‘빨갱이’는 배제와 배격의 대상으로 의미화 된다. 그러나 여순사건 이후 ‘빨갱이’는 산 죽음(undead)에 내몰린 존재들로서 호모 사케르(homo sacer)의 한국적 판본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듯 ‘주의자’와 ‘배제와 배격의 대상’에서 ‘산 죽음’의 존재로의 비약은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실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왜상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이와 같은...
이선옥 ( Seon Ok Lee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감성연구[2016] 제12권 97~138페이지(총42페이지)
이 논문은 19세기 여항문인화가 조희룡(趙熙龍, 1789~1866) 예술의 근대적 성격을 밝힌 것이다. 조희룡은 어떤 화가보다도 생생하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자기 자신의 사고와 정감을 화면 위에 고스란히 구현시킨 개성적인 화가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갖는 자부심과는 달리 차별받는 처지에 있었다. 그는 여항인으로서의 자의식을 중인들의 시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중인들의 전기집인 『호산외기』 저술로 표출하였다. 한편으로는 함께 모여 시를 짓고 이를 기록하여 유서 깊은 문인아회(文人雅會)를 이어받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빼어난 재주를 가졌지만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의 전기집을 발간한 것이다. 이로써 소수의 사대부들에 의해 주도되는 현실 제도에 대한 중인층의 울울한 심사와 반발감을 표현하였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을 서술 대상으로 끌어 올린 그의 ...
이영배 ( Young Bae Lee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감성연구[2016] 제12권 139~198페이지(총60페이지)
낙화놀이는 고래의 상원(上元) 풍속에서 유래하고 있다. 그러한 상원 풍속으로서 불놀이가 불교의 연등회 혹은 팔관회와 맞물려 불교의례적 성격을 가미한 방식으로 전개되었고 이후 다양한 양상으로 분화되었다. 두문의 낙화놀이는 바로 이러한 불놀이의 변화와 분화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연행되었다. 두문마을의 불교 풍속은 마을사의 전개 과정에서 유교 풍속의 강화와 함께 약화되었다. 따라서 낙화놀이는 마을사회 운영에서 유교적 질서가 강조되고 사회연결망도 ‘서당계’로 집중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되고 전승되었다. 서당에서 강이 이루어지는 날은 서당의 잔치이자 마을 축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두문의 서당은 마을공동체에 귀속되었고, 아이들의 교육도 공동체의 범주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서당계’를 통해 그 교육적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에, 두문 서당의 강은 단지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