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고양 원각사에 소장된 목조지장보살좌상을 제작한 성수(性修, 性守) 비구에 관한 연구이다. 이 보살상은 2018년 5월에 사찰의 의뢰를 받아 수종(樹種)과 연륜연대(年輪年代) 등을 조사하던 중에 바닥 면에 적힌 조성묵서가 확인되어 조선후기 지장보살상 연구에 기준 작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목조지장보살좌상은 높이 45㎝의 중소형으로, 민머리의 성문비구형(聲聞比丘形)이다. 지장보살은 상체를 앞으로 약간 내밀고, 불신(佛身)과 따로 제작된 양 손은 엄지와 중지를 맞댄 수인을 취하고 있다. 보살은 전신에서 얼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지만, 머리에 비해 어깨가 좁아 다부진 느낌을 주고, 무릎 높이가 낮고 폭이 넓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의는 목 뒷부분이 약간 접혀 있고, 양 어깨에는 대의를 걸친 조선후기 전형적인 착의법이다. 다만 오른쪽 ...
김은경 ( Kim Eun-kyoung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석당논총[2021] 제79권 297~324페이지(총28페이지)
본 연구는 19세기 청대 법랑채자기의 새로운 소비지로 급부상한 말레이반도에서의 소비와 수용 양상을 주목하고, 중국의 도자무역사상 시대별 특수성을 대변하는 페라나칸 자기를 통해 19세기 청의 對동남아시아 도자무역 형성 원인과 양자 간 유통망 네트워크 복원을 목적으로 하였다. 더불어 청의 수출용 분채와 광채, 다시 말해 페라나칸 자기가 말레이반도에 적극적으로 유통되고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과 이를 주도한 주체의 문제를 살펴봄으로서 청 법랑채자기가 동남아시아 화교문화에서 차지하는 특수성과 의미를 밝혀보고자 하였다.
문헌기록에 따르면, 19세기 국제시장에서의 중국 도자기 점유율은 유럽이나 일본산 자기에 밀려 점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에 청나라는 새로운 시장개척과 소비자 확보를 위해 동남아 시장으로의 판로를 확대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사실상 ...
본 논문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미국ㆍ유럽과 그들의 식민지를 시찰 조사한 권업 모범장 관료의 파견 추이와 그들의 활동을 검토하였다. 조선총독부는 1916년부터 1929년까지 8명의 권업모범장 관료를 파견하였으며, 시찰 조사 분야는 농업정책ㆍ경영, 축산, 면화, 전작, 토양ㆍ비료, 잠업 등에 걸쳐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농업정책의 현안을 해결하고 특정 농업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해외 출장의 형식으로 권업모범장 관료를 구미에 파견하였다. 이들 관료의 대다수는 권업모범장과 이를 계승한 농사시험장, 조선총독부 농업 부서에서 관련 업무와 연구를 지속하거나, 조선축산협회ㆍ조선농회 등과 같은 관변 단체의 임원으로 활동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ㆍ사회적 지위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선총독부의 농업정책을 정당화하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효율적인 ...
김선영 ( Kim Sun-young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석당논총[2021] 제79권 349~369페이지(총21페이지)
일제강점기 울산 동면 방어진은 수산자원이 풍부해 어업 활동에 적합한 어장으로 알려져 전국 각지에서 어업관계자들과 상인들이 방어진으로 입항했다. 1883년 조일통상장정 제41조에 의해 일본인 어민들이 이미 왕래하고 있었으며 일제강점기가 되자 일본 정부의 식민지 정책에 의해 울산 방어진에도 본격적인 일본인 이주가 시작되었다. 1910년대 20년대까지 일본인 어업관계자와 어민들이 근대적인 어업기술로 큰 이익을 거두며 방어진의 경제권을 독점하여 조선인들은 어업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어업노동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193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본인의 어업법을 습득한 조선인 어업관계자들2)과 근대적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조선인 경제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축적된 경제력을 기반으로 지역 정치에 적극 참여하면서 식민권력과 지역민들에게 유지로 인정받고자 했다. ...
한국과 일본 문화의 시원은 무(巫)에서 찾을 수 있다. 무(巫)는 불교, 유교, 기독교와 같은 고등종교의 전파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한국에서는 무속으로, 일본에서는 신도(神道)로 남아 있다. 불교와 유교가 한반도에서 일본에 전해진 것처럼, 무(巫) 문화도 도래인(渡來人)에 의해 한반도에서 일본에 전해졌으리라 짐작할 수 있으나 이를 밝힌 연구는 없다시피 하다. 다만, 신라계 도래인 하타씨의 존재가 학계에서 인정되고 있으며, 신도에서 신으로 신앙되는 천황의 조상 모계가 백제 인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는 마쓰리(마츠리, 祭り, まつり)와 한국 굿을 같은 맥락에서 조망한 연구가 있으나, 그 전파나 상호간 영향을 탐색한 연구는 미진하다. 한국의 무(巫)와 일본의 신도(神道)를 각각 고유한 것으로 조망할 뿐 그 관계를 비교한 연구는 매...
본고는 조선 왕실의 후예이자 사대부 문인이었던 동주(東州) 이민구(李敏求, 1589~1670)의 유배시를 대상으로 한다. 동주는 유배문학 특유의 비애와 원망, 자기 연민 등의 정서에 함몰되지 않고 시의 창조적인 지평으로 나아갔다.
우선 동주의 유배시는 명청교체기의 동아시아적 질서에 대한 사대부의 관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동주는 현실 정치의 패권에 좌우되지 않고, 연호나 화폐 등의 상징체계를 통해 명(明)을 계속해서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으로 간주하였다. 반면 무력으로 패권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청(淸)을 야만으로 규정하였다.
둘째로, 동주의 유배시에는 절후(節候)를 다룬 작품이 많은데, 동주는 이러한 절후시 계열의 작품을 통해서 외부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신적 타자에 대한 일관된 믿음을 견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적 타자와의 윤리적 관계...
이 글은 17세기 少論계열 지식인들의 聯句詩를 중심으로 시적 교류 양상과 그 의미를 밝히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에 2장에서는 吳道一·崔錫鼎·趙泰億의 작시 현황을 순차적으로 개관하는 것을 필두로 교류 측면에서 확인되는 연구시의 특징을 논의하였다.
이후 3장에서는 소론계열 지식인들의 연구시에서 확인되는 양상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는데, 첫 번째로는 모임을 통한 시적 교유와 詩興의 발현 양상을 들 수 있다. 소론계열 지식인들은 음주, 연회의 자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임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흥취를 시로 구현하였다는 점에서 특징적 양상을 보임을 밝혔다. 두 번째로는 送別 과정에서의 연구시 작시 양태를 통해 감정 교류의 일상화 면모를 확인하였다. 작시에 참여한 지식인들의 관계를 살폈을 때 이들은 이별의 자리에서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다수의 연구시를 지었는데...
본고는 <시골여자 셜은사졍>에 나타난 서러움이라는 감정을 주목하여 그 원인과 경과를 살피고, 서러움이라는 감정과 관련하여 작품이 지닌 의미를 고찰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시골여자 셜은사졍>은 한국의 근대전환기 구여성이 직면했던 부당한 이혼요구와 이로 인한 구여성의 서러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동안의 논의는 주로 전통과 개화, 신구의 구도로 작품을 해석하거나 이혼담론과 이에 대한 구여성의 인식을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본고는 작품에 나타난 서러움의 감정을 주목하여 작품의 시대적 의미를 재해석하였다. 감정이란 것이 생득적이거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관계에 의해 구성되는 사회적 산물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구여성은 전통적인 가족 관계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인정받아 왔다. 남편의 부재가 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를 맞이하면서 미국 정부의 공보 활동은 한층 강화되었다. 남한에서의 공보 활동은 미군정 공보국을 통해 이루어지다가 남조선과 도정부 수립 이후에는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원에서 이어가게 된다. 이 글에서는 먼저 주한미군사령부 군사실에서 작성한 문서를 통해 공보원 지역분관의 설립 과정과 역할을 고찰하였다.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원은 미국의 메시지와 미국 정부의 정책을 전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11곳의 지역분관을 설치하였다. 공보원에서는 『세계뉴스』, 『농민주보』 등의 매체 발간, 미국 관련 자료의 번역과 배포, 강연과 전시 등 직접적인 대민 접촉 활동에 주력했다. 따라서 주요 지역 11곳에 설치된 지역 분관은 공보 활동의 주요 거점으로 작용하였다. 다음으로 공보원 지역분관의 문화 활동을 각 지역 신문 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고찰하였다. 이를 ...
이 연구는 『춘향연가』의 사랑의 의미를 탐색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크게, 이 논문은 네 가지 테마에 주목하였다. 첫째, 이 텍스트의 근본 주제를 자기 탐색에 두고, ‘옥’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둘째, ‘여자’ 기표의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셋째,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이도령’의 존재성을 해명하였다. 넷째, 춘향연가에서 사랑이 지닌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춘향연가』는 제목으로 사랑이 주요 테마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은 낭만적 사랑이 갖는 자기 탐색의 기능과 고백이라는 말하기 형식에서 비롯된 자기 정체성의 문제가 주요 테마이다. 이 텍스트에서 사랑의 대상인 이도령은 저 멀리 존재하는 사물物의 속성을 지닌다. 이는 춘향을 주체로 완성해줄 ‘그이’가 지닌 허약한 토대를 보여준다. 더불어 절대적으로 원했던 대상이 사실은 허구였음을 알게 ...